냉장고 40년史.. '음식저장고'서 IoT시대 '주방컨설턴트'로

by이진철 기자
2016.05.21 13:33:38

1965년 첫 등장 진귀한 물건.. 80년대 생산급증 가정 필수품
1990년대 기술에 디자인까지.. 21세기 주방가전의 중심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우리나라에 냉장고가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965년. 당시 냉장고는 600가구에 한 대 정도 보급됐을 정도로 희귀한 물건이었다. 40년이 흐른 지금 냉장고는 본연의 기능인 음식을 저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시대 ‘주방의 중심 가전’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21일 삼성전자(005930) 뉴스룸이 소개한 ‘삼성 냉장고, 그 진화의 역사’에 따르면 1974년 삼성전자가 선보인 최초의 냉장고는 강력한 단열재와 타이머를 활용, 서리를 자동으로 제거해주는 ‘국내 최초 성에 없는 간냉식 냉장고’로 당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가 최초로 선보인 냉장고. 삼성전자 제공
1978년 삼성전자는 20%의 절전 효과와 긴 수명을 내세운 ‘하이콜드’를 출시했다. 석유 파동 때문에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자!’라는 움직임이 한창이던 당시 절전형 냉장고는 가정 에너지 절약에 기여했다.

이때까지 냉장고의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삼성전자는 ‘부품 국산화, 공정수직 계열화’란 창업 원칙 아래 부품 국산화에 착수했고, 1979년 마침내 모든 부품을 자체 공급함으로써 ‘100% 우리 기술’ 냉장고를 생산했다.

삼성 다목적 냉장고. 삼성전자 제공
1982년 39만7000여대 선이었던 국내 냉장고 생산 실적은 1987년 111만6000여 대로 급증했다. 1980년대 냉장고는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는 1980년 국내 최초 수직형 3도어 대형 냉장고 ‘야채실 독립냉장고’를 선보였다. 냉동실과 냉장실에 야채 보관실을 추가로 부착한 시도는 이전 2도어형 제품보다 불필요한 문 개폐 횟수나 시간을 줄이고 절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특히 야채실은 야채 보관에 적합한 온도(섭씨 7도)로 가동돼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 최초의 ‘냉동·냉장 겸용 냉장고’도 이 시기에 출현했다. 1982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다목적 냉장고는 용도에 따라 냉동 칸을 냉장 칸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소비 전력도 기존 월 37kw에서 월 28kw로 대폭 낮아졌다.

1990년대에 들어선 후 삼성전자는 ‘음식 보존’이란 냉장고 본연의 기능에 더욱 집중했다. 1995년 출시된 ‘문단속냉장고’는 회전냉각기법으로 냉기가 내부 구석구석까지 닿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1996년에는 세계 최초로 냉장실·냉동실 냉각을 별도로 하는 일명 ‘냉각 기술’을 문단속냉장고에 적용했다. ‘독립만세 냉장고’라고도 불린 이 제품은 프레온 가스를 대체 냉매로 전환, 친환경 제품으로도 주목 받았다.



친환경 냉매기술을 적용한 ‘문단속 냉장고’. 삼성전자 제공
21세기 냉장고 디자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997년 삼성전자가 새로운 브랜드명 ‘지펠’로 탄생시킨 국내 최초 프리미엄 양문형 냉장고는 출시 1년 만에 월 2500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단숨에 국내 초대형 냉장고 시장 1위로 올라섰다. 1999년 유럽 시장에 진출한 지펠은 2002년 영국·독일 등 9개국에서 ‘판매 1위 냉장고’ 기록을 세웠다.

국내 최초 프리미엄 양문형 ‘지펠’ 냉장고. 삼성전자 제공
색깔있는 강화유리를 적용한 ‘지펠’ 냉장고. 삼성전자 제공
이후 지펠은 양문형 디자인을 고수하면서도 차별화된 디자인을 연이어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색깔 있는 강화유리를 적용하는가 하면(2001), 강화유리 뒷면에 패턴을 넣은 일명 ‘인테리어 지펠’로 냉장고에 패션 개념을 도입해 주방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기도 했다(2005). 이탈리아 주얼리 디자이너 마시모 주끼가 디자인한 ‘지펠 마시모 주끼’(2010)는 지펠의 기술력에 보석의 아름다움을 더해 “명품 가전의 시작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냉장고는 기능 면에서도 진화는 계속됐다. 세계 최초로 4개 독립냉각 기술이 적용된 ‘지펠 콰트로’(2006)는 총 707리터(L) 대용량에 4개의 전문 보관실로 구성돼 식품 대량 구매가 잦고 냉동 보관 사례가 늘어난 현대인의 생활 패턴을 반영했다.

냉장실 내 평균 습도를 70% 이상 끌어올리는 ‘수분케어’ 기술은 일반 냉장고에선 닷새면 시들어버리는 시금치가 13일이 지나도 싱싱한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2012년 ‘상(上)냉장·하(下)냉동’ 구조의 획기적 구성으로 ‘전혀 다른 냉장고’를 표방한 삼성 ‘지펠 T9000’는 출시 한 달 만에 1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펠 T9000 개발진은 냉장실과 냉동실의 평균 사용 비율이 ‘8대 2’인 점에 착안, 손이 닿기 쉬운 위쪽에 냉장실을 배치하고 무거운 음식류가 많은 냉동실은 아래쪽에 뒀다.

‘냉장고=백색가전’이란 공식이 통용될 만큼 흰색이 주를 이루던 시장의 통념을 깨고 제품 전면에 메탈 소재를 적용한 점도 혁신적이었다.

메탈 소재가 적용된 ‘지펠 푸드쇼케이스’(좌)와 ‘세프컬렉션’(우). 삼성전자 제공
2013년 출시된 ‘지펠 푸드쇼케이스’는 업계 최초로 냉장실을 인케이스와 쇼케이스로 나눠 주목받았다. 안팎에 두 개의 냉장실을 장착, 음식과 식재료를 구분해 보관하도록 해 보다 효율적인 공간 관리가 가능해졌다.

최근 요리가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은 트렌드도 제품에 반영됐다. 2014년 출시된 ‘셰프컬렉션’은 재료 궁극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전문 푸드케어 냉장고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미슐랭 3스타 셰프들과의 협업을 통해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선보인 ‘패밀리 허브’는 IoT 시대를 맞아 디자인, 음식 매니지먼트,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장착한 주방 컨설턴트로 냉장고의 역할을 발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