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브랜드 되다]②10년의 준비 50년의 기술결집 담았다

by김보경 기자
2015.11.15 10:42:02

지난 4일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을 알리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자동차 제공.
[뉘르부르크링(독일)=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10년의 준비 기간 끝에 탄생한 50년 기술의 결집체다.

10여년 전 현대차(005380)는 고급차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1세대 제네시스(BH) 개발에 착수했다.‘신기원’이라는 뜻의 ‘제네시스’ 차명이 의미하듯 1세대 제네시스(BH)는 그동안 모델과는 다른 후륜 구동의 고급 세단으로 현대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현대차는 브랜드 차원의 고급차 시장 진출을 잠시 뒤로 접어뒀다. 성능이나 품질 면에서 더욱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현대차는 고급차 시장에서 벤츠, BMW 등 전통적인 유럽 고급차 브랜드와 경쟁을 하고자 자동차의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도는 자동차 본질로의 회귀였다. 현대차는 높은 감성품질이 요구되는 고급차 시장에서는 기본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기초부터 다시 다져갔다.

현대차가 가장 주목한 것은 바로 주행성능이었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차가 반응하고, 원할 때 잘 멈추는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성능 구현이 가능할 때 진정한 고급차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많은 연구와 노력 끝에 현대차는 약 5년 뒤인 2013년 2세대 제네시스(DH)를 선보이면서 진일보한 주행성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2년 뒤 드디어 10년을 넘게 준비한 브랜드 ‘제네시스’가 최근 출범하면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재네시스 브랜드 관계자는 “고급차에 걸맞은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구현하겠다는 제네시스가 그 동안의 준비와 노력을 평가 받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표현했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EQ900(에쿠스 후속) 렌더링 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
완벽한 기본기는 자동차의 뼈대인 차체의 강건함으로부터 나온다.

제네시스에 적용되는 초고장력 강판은 철광석 선정부터 실제 차량에 적용되기까지 철저한 생산 및 품질 관리를 거친다. 제네시스는 글로벌 주요 자동차 그룹에서는 유일하게 자동차용 강판을 자체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강판 생산 과정에서도 우수한 품질의 철광석 및 부원료를 선별적으로 구입해 노천이 아닌 옥내 저장고에 저장한다. 수분, 먼지 등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불순물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탄생한 초고장력 강판은 ‘제네시스’ 모델에 적용되는 강판 중 50% 이상을 차지한다.

차체 구조도 개선됐다.

2세대 제네시스(DH)는 엔진룸부에 다이아몬드형으로 스트럿바(차체의 틀어짐을 최소화해 주행안정성을 높여주는 보조장치)를 연결한 차체 구조를 적용해 코너링 주행시에도 안정감을 준다.

파워트레인에도 변화가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1,2세대 제네시스(BH, DH)와 에쿠스(VI)에 적용됐던 ‘타우’ 엔진은 이미 2008년부터 3년 연속 ‘10대 최고 엔진’에 선정되며 그 우수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에 멈추지 않고 V6의 고배기량 엔진에 터보 차저를 장착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터보엔진은 고급스러운 주행 감성을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명차 메이커들도 꺼리는 분야다. 그러나 제네시스 ‘EQ900’에 적용된 3.3 람다 트윈 터보 엔진은 좌우 3기통씩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2개의 터보 차저가 적용돼 터보 차저의 성능을 높였다. 저속에서의 터보 성능을 최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밸브타이밍 매칭을 최적화하고, 터보의 압력이 높아지면 압력을 우회시켜 터빈을 보호하는 ‘웨스트게이트(압력조절밸브)를 적용해 응답성을 높였다.

위장막으로 외관을 가린 EQ900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테스트 주행을 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이렇게 부품과 모듈 상태로 각각의 시험을 거쳐 조립된 자동차는 다시 계속된 시험과 튜닝의 반복으로 최적의 주행성능을 갖춘 명차로 거듭난다.

테스트는 시작차부터 파이롯트 차량, 양산선행차 등 개발의 각 과정마다 수시로 진행된다. 이러한 검증은 연구소, 실제 도로, 서킷, 험로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이뤄진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차 ‘EQ900’ 역시 마찬가지다. 가속방지턱, 요철과 같은 국내 도로 환경에서도 차별화된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해 국내 수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수백여개 종류의 방지턱과 둔턱을 넘으며 수없이 평가하고 개선했다. 악명 높은 뉘르부르크링에서 일반도로의 18만km에 해당하는 1만km를 달리며 주행성능을 점검하고, 내구성을 확인했다.

지구 반대편인 뜨거운 사막의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도 극한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여전히 달리고 있다. 제네시스 이름 아래 앞으로 선보일 중형 세단과 중,대형 SUV 모델 등 신차들 역시 이 과정을 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