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watch] '박근혜 갤러리'로 변한 춘추관

by피용익 기자
2013.04.28 16:52:3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동안 춘추관에는 거의 매일 크고 작은 공사가 있었다. 뚝딱거리는 소리가 연일 끊이지 않더니 1층 브리핑룸이 제2기자실로 바뀌었고, 로비에는 브리핑을 위한 별도 공간이 설치됐다. 은행 자동입출금기(ATM)의 위치가 변경되는 등의 사소한 변화까지 합하면 과거 모습에서 달라진 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진 액자의 수가 늘어난 점이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무려 19개에 달한다. 1·2층 벽면은 물론 계단에 접해있는 벽면에도 액자가 줄이어 있다. 취임식 장면에서부터 회의를 주재하는 광경,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독사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아직 한 번도 춘추관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출입기자들은 출근할 때는 물론 식당에 갈 때, 브리핑룸에 갈 때,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박 대통령을 만난다.

불과 두 달여 전 춘추관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단 3개 있었다. 그나마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걸려있어서 몇 년을 출입하고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박 대통령의 사진은 처음엔 그 자리를 대체하더니 지금은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보일 정도로 많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출입기자들은 춘추관을 ‘박근혜 갤러리’라고 부른다. 춘추관 바로 옆에 위치한 ‘공근혜 갤러리’에 빗댄 표현이다.

그러나 갤러리라고 하기에는 춘추관의 독특한 공간 미학을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춘추관은 지난 1990년 완공된 건물로, 맞배지붕에 토기와를 얹은 현대식 한옥 양식이다. 내부는 큼직한 석재로 만들어진 벽면이 주를 이루는 만큼 ‘여백의 미’가 강조된 구조다. 춘추관에 오랫동안 장식돼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산조’와 장두건의 ‘정물’ 등 대형 작품이 가장 잘 어울린다. 4절지 크기의 사진 액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은 큐레이터가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 보더라도 지나치게 조잡하다.

박 대통령의 사진이 줄줄이 걸린 것을 두고 ‘누군가가 과잉 충성하는 것이다’ ‘관리 책임자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등 말도 많다. 분명한 건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의 국정활동 사진 16개가 걸려있었던 이후 가장 많은 규모라는 점이다. 이들 사진은 정권 교체 직후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