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현정 기자
2012.07.26 09:30:00
"시중금리 움직임과 직접 연관 없어..영업환경 악화도 변수"
금융당국, "시중금리 반영해야"..불합리한 대출금리 점검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시중금리는 떨어지고 있지만 카드·캐피털사들의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카드론이나 할부금융 이용자의 대부분은 저신용층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부실로 내몰릴 수 있는 만큼 불합리한 대출금리 적용 여부를 집중 점검해 금리인하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25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삼성·신한·현대·롯데·하나SK 등 6개 전업 카드사들은 최근 시중금리 하락과 고금리 대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중금리 동향이 간접적으로 반영되긴 하지만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선뜻 금리를 낮추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올초 연체이자와 할부수수료 등을 한 차례 내린 바 있어 여력이 충분치 않다.
특히 카드론의 경우 시장금리 흐름에 민감한 은행, 증권사들과는 대출금리 결정 구조 자체가 다른 만큼 금리인하 흐름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 등으로 수수료 수입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대출금리는 고정금리다 보니 시장금리 변동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며 “기준금리가 내렸다고 해서 조달금리인 회사채 금리가 무조건 낮아지는 건 아닌 만큼 대출금리 인하 여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도 “카드사 수익에서 신용판매와 카드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대3 정도로 여신업만 취급하는 은행처럼 금리 변화를 즉각 반영하진 못한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대출금리 밴드를 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보통 5%대의 금리로 카드채를 발행해 카드론이나 리볼빙 자금으로 활용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개 카드사들의 카드론 평균 대출금리는 5.67~28%, 리볼빙은 5.9~28.8%, 현금서비스는 6~28,8% 수준이다.
하지만 카드론 이용자의 대부분은 20%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전체 카드론 이용자 가운데 20% 안팎의 고금리 대출 비중이 55%에 달한다. 현대카드 역시 16%미만은 22%에 그친 반면 20% 이상 고금리는 56%를 기록하고 있다.
20% 중후반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캐피탈사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아주캐피탈은 최근 내부적으로 신용대출 평균금리 인하를 검토하다가 결국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신용대출 비중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작년 말부터 지속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금리인하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업계 1위 현대캐피탈도 시장금리 변화는 물론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당분간 대출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최근 대출금리 양극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카드·캐피털 대출금리가 꿈쩍도 하지 않자 금융당국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시장금리 상황과 무관하게 불합리한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지 여부에 대한 집중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도 당연히 내려가야 한다”며 “업계의 금리결정 구조를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한 후 대출이자율 인하나 부채상환기간 조정 등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