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위기 해법찾기)③"부실정리 칼 뽑을 때"

by김현동 기자
2008.11.11 09:57:03

부동산 PF 대출 연말·내년초 만기도래
부실 건설사·저축은행 구조조정 불가피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칼을 뽑아야 합니다."

은행위기의 중심에는 부동산 폭탄이 자리잡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건설회사는 뇌관에 해당한다. 폭탄의 뇌관을 서둘러 제거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 부실이 금융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은 2004년 은행대전을 시작한 이후 2005∼2006년 주택담보대출, 2006∼2007년 중소기업대출, 2008년 대기업 대출을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 자료: 한국은행,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현재 우리나라 예금은행의 대출구성을 보면 가계대출이 45%, 기업대출이 55%로 구성돼 있다. 가계대출의 3분의 2가 주택대출이며, 기업대출의 25.9%(6월말 현재)가 건설부동산 대출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이다. 가계대출과 달리, 건설부동산 대출에는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예상 손실액 가운데 70%가 중소기업 부문에서 발생한다.



부동산 대출 중에서 `발등에 떨어질 불`이 바로 50조원(금융권 전체 PF대출은 73조원)에 육박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다.

은행들은 `건설PF 자율협약`을 통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회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PF 자율협약`은 부동산 PF ABS와 ABCP의 만기를 1년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 올해 말부터 내년 4월까지 다시 만기가 도래한다.
 
▲ 자료: 삼성증권 재인용





 
 
 
 
 
 
 
 
 
 
 
 
 
 

내년 4월에 만기를 재연장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인해 개발계획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기 재연장은 해법이 아니라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만약 정부가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면서 시간벌기식 임기응변만 고집한다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자,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를 해제하는 방법으로 집값 폭락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은 계속됐고, 부동산 부실은 은행부실로 옮겨 붙었다.
 
결국 금융부실은 실물경제 침체로 확대되면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대변되는 길고 긴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버렸다.

철저한 부실처리와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고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바로 `잃어버린 10년`의 교훈이다.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이 부실기업 정리의 칼을 뽑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실의 단초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건설업 부실이 은행으로 전이돼 동반부실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 중 실질부채비율이 높고, 미분양물량 과다로 운전자금 부담이 큰 기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높은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하다.

6월말 현재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은 12조 21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4%에 이른다. 연체율도 지난해 말 11.6%에서 올 3월 말 14.0%, 6월 말 14.3%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해서는 안된다"면서 "회생불가능한 기업들은 정리하고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