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시행도 안해보고 폐지

by박성호 기자
2008.10.31 09:21:35

수도권 단 1곳·서울 예정 물량도 대거 연기
업계, 시민사회 폐지 입장 비판.."정책 일관성 훼손"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폐지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도입한 제도를 시행도 안해보고 폐지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도 현 시점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해도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31일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서 공급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는 단 한 곳으로 488가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경동건설이라는 중소건설업체가 수도권 외곽인 경기도 안성시에 분양한 것이다.


대형건설업체들은 단 한 곳도 수도권 및 서울에 상한제 아파트를 분양하지 않았다. 건설업체들은 당초 연내에 수도권에서 16곳 8104가구의 상한제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상한제 아파트 대부분은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두산중공업(034020)의 서울숲 위브는 올해 분양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시행사 측이 분양가상한제를 이유로 임대아파트 전환을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현재는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해종합건설이 강남구 역삼동에 분양할 예정인 주상복합아파트 59가구도 분양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고 반석종합건설의 홍은동 재건축 아파트 사업 역시 내년으로 분양이 연기됐다. 현대차그룹 건설사 엠코가 중랑구 상봉동에 분양키로 했던 아파트 역시 엠코의 올해 분양 사업을 대거 내년으로 연기하면서 함께 미뤄졌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로서는 상한제 폐지 이후 분양을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 분양을 미뤘지만 최근에는 상한제 때문이 아니라 분양 경기가 얼어붙어 사업 일정을 연기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 상한제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높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시장논리와 배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 시행도 하지 않은 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적극 찬성했던 시민사회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감시국장은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건설업계가 어렵다는 이 시점을 이용해 갖가지 규제를 완화해 투기를 다시 가능하게끔 만들어 놓으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건설업체들 역시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폐지 입장에 대해서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중견업체들의 경우 가장 급한 것이 PF 대출 리파이낸싱(차환)인데 정부가 이 부분만 지원해줘도 건설업체로서는 재기할 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택전문건설업체 A건설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 부양 목적이라면 분양가상한제보다 더 급한 일들이 많다"며 "현재 업계 상황으로는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