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여름 멋쟁이 되는 법

by조선일보 기자
2008.10.22 09:49:00

정장 안에 ''장난''을 입어보세요
디자이너 지춘희씨에게 듣는 ''내년 봄·여름 멋쟁이 되는 법''
정장엔 흰색 셔츠?
지루한 공식 깨고 장난기 가득한 티셔츠를!
핑크·민트로 포인트 주세요

[조선일보 제공] 내년 유행을 내년에 알아차리면 너무 늦다. 조금 일찍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지난 18일부터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패션위크 S/S 09'를 찾는 게 좋겠다. 이영희·안윤정·지춘희<사진>·우영미·장광효·송지오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 41명을 비롯해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 스티브 J & 요니 P, 뉴욕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디자이너 투이(Thuy) 등이 참석해 내년 패션 유행 경향을 선보인다.

그 중 이번 패션 위크의 대미(25일 오후 7시)를 장식할 지춘희 디자이너에게 내년 패션 경향을 미리 물었다. 지춘희씨는 심은하·고현정·전도연·이나영 등 마니아를 거느린 스타 디자이너지만 대중 기호에도 잘 맞는 옷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신세계백화점 홍보팀 박수범 과장은 "'미스지 컬렉션'은 청담동 본 매장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갤러리아 명품관, 현대 압구정점 등에 입점, '정가 판매(No sale)' 브랜드인데도 판매율이 상당한 편"이라고 밝혔다.


▲ 와이드 팬츠로 여유를! 모델 이혜정(왼쪽). 꽃무늬 원피스가 사랑스럽다. 모델 박은혜(가운데). 민트 드레스는 요정을 연상시킨다. 모델 김주현.

 

"좀 정리된 스타일을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옷으로 긴장감을 줘야 몸매도 더욱 가꿔지는 것이니까요. 옷장을 한번 열어보세요. 옷은 정말 많은데 입을 만한 옷이 없죠? 이제 좀 '옷다운 옷'을 입어야 할 때입니다."

지씨는 '백 투 베이직'을 선언한다. 몇 년간 유행했던 레이어드 룩(겹쳐 입는 옷)이나 헐렁한 티셔츠 같은 것도 이젠 옷장에서 걷어내야 할 때란 얘기. 그렇다면 지루하진 않을까. 대신 그는 해법을 제시했다. 정장 안의 이너 웨어로는 블라우스나 셔츠 대신 '장난기가 가득한 티셔츠'. 지씨는 "단색보다는 은은하고 화려한 색으로 디자인된 티셔츠를 속에 입으면 색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고, 너무 답답해 보이는 점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스키니 팬츠가 최근 2~3년 동안 크게 인기를 끌면서 와이드 팬츠는 매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아이템이었다. 만약 와이드 팬츠를 옷장 속에 숨겨놨다면 이번 시즌엔 꺼내봐도 좋을 것 같다. "헐렁한 웃옷 대신 몸매를 드러내는 티셔츠나 몸에 잘 맞는 재킷을 입고 그 밑에 와이드 팬츠를 맞춰주는 스타일이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인기를 누릴 것 같습니다. 스키니 팬츠나 레깅스도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한 여름 스키니 팬츠나 레깅스는 정말 덥잖아요." 슈트의 핏(fit·몸에 잘 맞는 느낌)을 잘 살리기로 유명한 지춘희 디자이너는 슈트를 고를 때 어깨 선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의상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너무 딱 조이는 것 보다 밥을 먹은 뒤에도 단추를 잠글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의상을 입는 게 덜 뚱뚱해 보인다. 또 같은 값이라면 브랜드 유명세보다 고급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봄·여름 유행소재인 린넨을 고를 때는 특유의 구김을 최소화한 감을 골라야 한다.


내년 봄·여름 의상의 기본색은 회색이나 브라운 등 가장 대중적인 색이 떠오를 전망. 여기에 '핑크'가 더해진다. "경제가 안 좋으면 디자이너들의 기분도 역시 암울해지기 마련이죠. 그래서인지 블랙 계열엔 손이 안 가더군요. 대신 여성스럽고 몽환적인 기분을 주는 연한 핑크나 베이지, 민트 그린 등 사랑스러운 색을 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연한 하늘색이나 붉은 톤의 재킷도 시도해볼 만한 아이템.

드레스나 원피스의 경우 드레이프(주름)를 많이 잡아 곡선미와 건축학적인 구조미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게 했다. 가슴라인을 따라 주름을 잡아 여체(女體)의 곡선미는 더욱 두드러지게, 살집은 안보이게 가려주는 게 포인트다. "벨트나 구두, 가방 등에 연한 핑크나 베이지 등으로 포인트를 주면 의상의 딱딱한 분위기를 한껏 부드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