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02.28 09:19:06
[머니 X파일]
[조선일보 제공] 신용도가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체들은 어떤 방법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할까.
연체율이 타 금융사에 비해 높은 대부업체는 늘 돈 떼임을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부업체의 경우 고객을 대면할 때가 많기 때문에 창구 직원이 척 봐서 '돈을 떼먹을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정밀한 매뉴얼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금융회사들이 밝히길 꺼린다.
대략 알려진 바를 살펴보면, 일단 너무 말쑥한 정장차림에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사람은 경계대상으로 분류된다.
대부업체 한 직원은 "청와대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아내를 취직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고객도 봤다"고 말했다. 두세 명이 함께 오는 경우는 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연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요주의 대상이다. 직원과 눈을 못 마주치고 상품소개도 듣지 않은 채 문서를 써 내려가는 사람, 너무 겸손해 묻는 말에 과도한 대답을 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아기를 업고 오는 사람은 비교적 연체율이 낮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 외 회사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질문들을 스무고개 식으로 주고받으면서 돈을 빌려줘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경험에 의존한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이라 분쟁의 소지가 되기 쉬운 약점을 가진다. 각종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면기회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엔 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 거의 모든 금융회사들이 고객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면, 이를 바탕으로 신용도 판별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카드사의 경우 이전 카드사용액·사용처 등을 입력하면 바로 카드사용·대출한도가 튀어나오는 식이다.
프로그램은 현재 고객의 저축금액 등 가용 현금 규모까지 추정해 보여준다. 회사는 고객정보가 축적되면 주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업그레이드시킨다. 신용관리가 한결 간편하고, 계량화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