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유성 기자
2025.06.25 05:05:00
4선임에도 정무수석 수락한 이유..국정 철학 공감
"비명계로 채워진 수석진, 과거 정부와 분명 달라"
AI에 집중하는 이재명정부, 확실한 지원 의지 보여
외교도 국익 우선 실용주의로.."통상환경 위기"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그렇다면 비서실장은 누구입니까? 강훈식 의원이요? 좋습니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이재명 대통령의 승리로 예측됐던 지난 3일 밤 ‘야인’이었던 우상호 전 의원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선인 신분의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4선 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그에게 정무수석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이 대통령 최측근의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지만 그 전화만큼은 그냥 끊기 어려웠다.
정무수석 자리를 수락한 우 전 의원은 비서실장이 누군지 물었다. 당내 후배 의원이었던 강훈식 의원이었다. 나이도 자신보다 11살이 어렸다. 장관급(비서실장) 후배 밑에 차관급(정무수석)으로 들어가게 됐지만 우 전 의원은 흔쾌히 응했다. 젊은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변화를 바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3선 출신 70년대생 강훈식 비서실장 밑의 4선 출신 ‘86세대’ 대표주자 우상호 정무수석 라인이 완성됐다.
2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우 수석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방향을 3개 키워드로 소개했다. ‘통합’, ‘성장’, ‘분배’다. 풀어 쓰면 ‘통합에 기반한 성장과 그에 따른 분배’다. 우 수석은 “기존 정치 권력의 패권주의나 진영 논리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구하는 ‘통합’은 그의 인사에 반영이 돼 있다. 비명계였던 본인(우상호)과 계파색이 옅은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중용한 게 그 예다. 김용범 정책실장 등 주요 수석진 역시 친명이 아닌 비명계 인사로 채워졌다. 우 수석은 “과거 정부에서 진영 논리에 따라 보복성 인사를 하고 측근 중심의 인사 기용을 반복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고 자부했다.
더 나아가 전임 윤석열 정부도 비교 대상이 됐다. 우 수석은 “윤석열 정부 초기에 검사 출신들로 인사가 됐던 게, 진영 정치의 벽을 두텁게 만들었다”며 “이 점과도 분명히 비교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인사 기조는 관료나 정치 경험이 없는 전문가를 대통령실과 내각에 기용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한성숙 전 네이버 최고경영자(CEO)와 대통령실 AI미래수석으로 선임된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이다. 우 수석은 “이 라인업이 뭘 하려는지, 어디에 공을 들이는지, 대한민국 경제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가장 두드러진 경제 행보가 울산 AI 데이터 센터로 갔던 것”이라며 “SK 최태원 회장을 그냥 만나러 간 게 아니라, 혁신적인 아이템이라면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내각과 수석을 마련하고 확실히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라고 분석했다.
이번 이재명 정부 인사에 있어 유독 눈에 띄는 한 부분도 언급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수차례 국무회의를 열면서 송 장관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우 수석은 “능력 있는 인사는 계속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사로) 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수석은 분배에 대해서도 이재명 정부가 기존 진보정부와 차별화된 철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진보정권이 분배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러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재명 정부는 성장을 통해 ‘쓸 수 있는 몫’을 확보하고 그 이후 자원을 어떻게 나눌지 설계한다는 입장이다. AI, 에너지·바이오산업이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된다.
우 수석은 “통합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혁신성장을 실현하려고 한다”며 “지금 이 방향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이자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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