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적정가치 15.5조원…해외社 비교 근거부족”

by김윤지 기자
2021.07.19 09:01:35

메리츠증권 보고서
“실적 추정의 핵심 변수는 대출 성장”
“지수 편입 가능성↑…차익실현 매물 출회 유의”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메리츠증권은 오는 8월 5일 상장하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국내 상장은행 대비 약 10배 수준의 멀티플 부여 대신 향후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 및 성장률(g)을 고려한 자기자본비용(COE) 적용을 통해 적정 기업가치로 15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때문에 주식의 선행적인 특성을 감안해도 현재의 기업가치가 정당화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단기 주가는 펀더멘탈 보단 증시 스타일, 수급 등의 영향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가치 산정은 글로벌 인터넷 은행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7.3배를 적용해 산출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KB금융이 0.52배, 신한지주가 0.50배 등 국내 은행들의 PBR은 1배 미만이다.

구체적인 비교 기업은 미국 모기지업체 로켓컴퍼니(PBR 4.6배), 브라질 금융기술 솔루션 업체 팍세구로(8.8배), 러시아 핀테크 업체인 TCS그룹 홀딩(8.0배), 스웨덴 금융회사 노르드넷 AB(7.6배) 등이다. 이들의 평균 PBR 7.3배를 적용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15조6783억~18조5289억원 수준이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사측은 산업, 규모, 재무, 사업 유사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금융업이 가지는 국가별 또는 지역별 특징,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 등은 배제한 체 해외 디지털 금융 사업자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면서 “그럼에도 장외에선 공모가 대비 약 2배 이상의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높은 시가총액과 낮은 유통주식 물량 등을 감안해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 상단을 적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은 연구원은 은행 실적을 순이자 마진(NIM), 대출, 충당금의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원화대출 규모가 250조원을 넘어가는 시중은행의 경우 순이자 마진과 충당금의 실적 민감도가 높게 나타나지만 카카오뱅크는 보유 자본 대비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아 대출성장률에 대한 가정이 실적 추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가계 신용대출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향후 부동산 대출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또 은행은 기본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약 10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한다. 이번 기업공개 과정에서 유입되는 자본(2조2000억~2조6000억원)을 고려하면 약 50조원 이상의 대출자산을 확보하는 시점의 ROE가 중요하다는 것이 은 연구원의 의견이었다. 연 평균 24.3%의 대출성장률을 가정해 2025년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잔액을 약 57조원, ROE를 9.3%로 추정했다.

은 연구원은 “기존 상장은행들과의 수익성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밸류에이션 간극은 ROE가 아닌 COE의 문제로 귀결된다”면서 “플랫폼 및 금리 경쟁력, 부동산 중심 성장 가능성 등을 감안해 은행이 아닌 코스피 기준 자본비용을 적용하면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는 공모가 하단에 해당되는 15조5000억원”이라고 결론 내렸다.

수급에선 MSCI EM과 KOSPI200 편입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KOSPI200의 경우 신규 상장 종목이 코스피 상장종목 중 상위 50위 이내일 경우 조기편입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았다. MSCI EM 또한 편입 가능성을 점쳤다. 두 지수 모두의 조기편입을 가정할 경우 실질적인 수급 영향은 MSCI EM, KOSPI200 각각 1800억원, 2000억원 내외로 추정했다.

은 연구원은 “상장 후 비교적 빠른 시점에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주가는 우호적인 수급 여건의 수혜가 기대된다”면서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급적인 분석에 불과한 것으로 반대로 리밸런싱 시점을 전후로 차익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 등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