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20.12.20 11:00:25
대졸자 '취업인기기업' 조사에서 3대 은행 20위 밖으로
2016년 5위-7위-8위였지만 이제 21위-35위-58위로
예대마진 악화에 수익성↓…상품판매 강요로 이직자도
"IT와 결합에서 기회도…젊은 직원에게 기회 제공" 기대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때 일본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이었던 은행이 그 위엄을 점차 잃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하면 일본 3대 은행(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모두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단 한 군데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본 취업전문사이트 마이나비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21년 대졸 예정자 3만630명을 대상으로 ‘취업 인기 기업’을 조사한 결과, 문과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기업 21위에 미쓰비시UFJ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조사보다 5계단 떨어진 순위다. 2016년 졸업자 대상 조사에서는 ‘워너비’ 직장 5위였지만 5년 만에 수직 하락한 셈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35위, 미즈호은행은 58위를 각각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2016년 졸업생 대상에서는 7위와 8위였지만 5년새 순위는 꾸준히 내리막이었다.
은행 인기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미래의 부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마이나비가 실시하는 일본 기업이미지 조사에서 금융산업은 ‘미래가 좋지 않은 업종 1위’에 꼽히기도 했다.
일본 은행권의 수익성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016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예대마진으로 돈을 벌던 은행에겐 타격이 컸다. 실제 올해 3월 결산(2019년 4월~2020년 3월)에서 일본 대형은행 5곳의 연결 순이익은 전년보다 2% 감소했다.
내년 결산(2020년 4월~2021년 3월)은 코로나19의 여파로 23%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대우가 나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취업생들이 은행업종을 외면하는 것이다.
게다가 수익이 악화하자 은행들은 ‘상품 판매’에 집중했고 그 부담은 은행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며 은행의 악명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지방은행에서 취업전문회사로 옮긴 한 30대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입하고 싶어하지 않는 고객에게 펀드를 판매하고, 은행은 채우기도 힘든 할당량을 부과하는 데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을 ‘워너비 직장’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안정성이 좋은 업종’에서는 공무원, 전력·가스에 이어 은행이 3위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이나 핀테크 등과의 결합을 모색하는 은행이 다시 성장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들이 나타나자 IT기업과의 제휴에 나서면서도 회사 내 젊은 직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의 경우 ‘디지털 기획부’를 만들어 신입행원이나 2~3년차 행원들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과거 일본 은행들의 출세코스는 ‘본점 영업사원’이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관련부서‘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시노다 나오코 라쿠텐증권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은행의 형태가 바뀌는 것일 뿐 은행 업무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라면서 “새로운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전통적인 금융서비스를 ‘응용’하는 것인 만큼, 은행의 미래가 어둡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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