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우의 닥치Go]수족관에 소고기가?…'워터에이징'의 비밀
by강신우 기자
2019.02.02 08:30:00
물 속에서 숙성한 소고기
육즙 가득하고 풍미 좋아
집에서도 고기 숙성 가능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우와, 입에서 그냥 녹아 버리네?”
수족관에 물고기가 아닌 소고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 어디선가 한 번씩은 다 봤을 법한 풍경이다. 무엇을 하려고 물속에 고기를 넣어 둔 것일까. 차가운 물에 고기를 장기간 넣어 숙성하는 일명 ‘워터에이징(water aging)’의 비밀에 대해서 알아봤다.
| 서울 잠실에 있는 한 정육점에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워터에이징 하고 있다. (사진=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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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에이징을 한 육류를 전문적으로 파는 서울 잠실의 한 정육점을 찾아가봤다. 물이 가득 든 수족관에는 진공 팩으로 감싼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들어 있었다. 워터에이징을 하는 중이다. 워터에이징은 3도 이하의 차가운 물속에 고기를 넣고 일정한 온도로 2, 3주간 숙성하는 방법이다. 중력에 의한 육즙 손실을 막아주기 때문에 고기의 풍미와 고소한 맛을 높여주는 장점이 있다.
숙성방식은 워터에이징 이외에도 웻에이징과 드라이에이징이 있다. 이 중 가장 까다로운 숙성방식이 드라이에이징이다. 고기를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시켜 숙성하는 것인데 70~85%의 습도를 유지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4~6주간 보관해야 한다. 웻에이징은 고기를 진공 포장해 숙성하는 것으로 우리가 마트나 정육점에서 사는 대부분의 고기는 웻에이징을 어느 정도 거친 것이다.
워터에이징과 웻에이징을 한 고기는 진공 포장으로 공기를 차단한 것이어서 수분 증발을 막아 촉촉하다. 육즙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드라이에이징은 육즙은 적지만 육향이 좋아 풍미가 진하다.
노지현 ‘쉐프의 정육점’ 셰프는 “고기를 숙성하는 이유는 고기의 맛과 향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며 “또 고기를 처음 도살하면 ‘사후경직’이 일어난다.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질긴 상태가 되는데 숙성하면 고기 육질이 부드럽게 된다”고 말했다.
워터에이징을 한 고기를 꺼내 봤다. 지난해 12월31일 도축해 올해 1월1일 진공 포장해 물속에 넣은 등심(1+등급)이다.
포장을 벗겨 내자 고기가 반질반질하니 촉촉한 느낌을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등심 부위는 아랫등심이다. 아랫등심에는 ‘새우살’이라는 특수부위가 있다. 소 한 마리에 1.0~1.5kg 정도 나온다. 새우살은 새우 등같이 생겼다고 해서 새우살이다. 마블링이 촘촘하게 박혀 있기 때문에 일반 등심에 비해 풍미가 좋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새우살을 잘라 먹어 봤다. 칼질을 할 때에도 부드럽게 잘 잘렸다. 새우살을 구워 들어보니 분홍빛을 띤 안쪽 살에서 육즙이 자르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기 두 점을 집어 한 번에 입안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을 틈도 없이 녹아 흘렀다. 강한 풍미도 느낄 수 있었다.
| (사진=유튜브 ‘강신우의 닥치Go’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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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숙성을 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 “언제 도축된 것인가요?”라고 한 번 물어 본다. 사흘 전에 도축됐다고 하면 고기를 진공포장해 달라고 한다.
이후 집으로 가져와 김치냉장고(일정한 온도로 유지 가능)에 14일 정도 보관 후 꺼내 먹으면 낮은 등급의 고기라도 숙성하지 않은 높은 등급의 고기질과 비슷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