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五敵] 끊이지 않는 人災 '안전불감증'

by사건팀 기자
2016.12.30 09:02:59

[이데일리 사건팀] 지난달 말 11년 만에 대구 서문시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한 피해액은 1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소방안전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화재 취약성을 지적받은 지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참사에 ‘안전 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비난이 줄 이었다.

지난 10월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전동차와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사이에 30대 승객이 끼어 숨진 사고 역시 노후화한 시설과 직원들의 무지와 부주의가 낳은 인재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 불감증은 이처럼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재산 피해도 남긴다. 안전 불감증이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에는 청산해야 할 적폐(積弊)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최근 국민안전처가 해양 안전과 소방, 재난 관련 통계를 수록해 발간한 ‘2016 국민안전처 통계연보’에 따르면 대형 화재·해양 선박·가축 질병 등 사회재난 9건이 일어나 재산 피해액 945억원, 197명(사망 64명·부상 130명·실종 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발생 건수는 44%(7건)줄었지만 재산 피해액은 78%(414억원) 증가했다.

소방 분야 주요 통계를 보면 지난해 화재는 총 4만 4435건 발생했으며 재산 피해 4331억원, 인명 피해 2090명(사망 253명·부상 183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화재 발생 건수는 5%(2300건) 증가했고 재산 피해액도 7%(278억원)늘었다.

해난과 파손, 부주의 등으로 인한 해양오염사고는 250건 발생해 유해물질 464㎘가 유출됐다. 사고 건수는 2014년 대비 16%(35건)증가했지만 유출량은 77% 감소했다.



올해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은 지난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지만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44차례 발생한 지진 중 규모 3.0 이상은 5회(11%)였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지만 내진보강 대상 공공시설물(12만 7306개)의 내진율은 41%(5만 2105개)에 그쳤다. 철도 시설이나 항만·어항의 경우 내진율이 각각 78%와 80%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학교·병원은 내진율이 고작 28%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6일 제11차 국민안전민관합동회의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신규 주택 내진설계를 의무화 하는 등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신축 건물의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이 ‘모든 주택과 2층 또는 200㎡ 이상’으로 확대했고 병원과 학교, 아동·노인복지시설 등 주요 시설도 면적에 상관없이 내진설계를 의무화 하기로 했다. 또 공공시설물 내진율을 54% 수준까지 높이기 위해 2020년까지 2조 8267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해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인재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지긋지긋한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을 반드시 없애려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