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맛보기] 朴대통령 퇴진정국…헌법 1조 vs 70조의 대혈투
by김성곤 기자
2016.11.19 12:26:43
朴대통령 탄핵, 헌법 65조·113조…朴하야·조기대선, 헌법 68조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헌법 71조…책임총리·2선후퇴 ‘헌법에 없다’
|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세종대로가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차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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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헌법이 이슈가 된다는 건 메가톤급 사안이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가 대표적입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가 헌법에 명시돼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은 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연결됩니다. 2012년 대선화두였던 경제민주화 문제는 헌법 119조2항과 연결돼 있습니다. 최근 건국절 논란 역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이 명시된 헌법전문 해석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은 온국민을 헌법 전문가로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해서 온갖 논란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탄핵, 하야, 거국내각 구성 후 자진사퇴는 물론 대통령 권한이양, 조기 대선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퇴진정국에서 100만 촛불민심이 반드시 알아야 할 헌법상식들을 정리해봤습니다.
◇朴대통령 하야…헌법 1조 “민주공화국” vs 헌법 70조 “대통령 임기는 5년”
“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vs 제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87년 체제 이후 모든 대통령은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렸습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모두 예외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5년 임기는 채웠습니다. 박근혜만이 중도하차할 위기입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민심의 근거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못박은 헌법 제1조입니다. 아무런 공적지위를 갖지 못한 비선실세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한 것은 명백한 헌정유린입니다.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 취임 선서의 ‘헌법준수’ 조항도 어긴 꼴이 됩니다.
청와대의 반격수단도 있습니다. 대통령 5년 임기를 규정한 헌법 제 70조입니다. 다시 말해 박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 2월 25일부터 2018년 2월 24일까지라고 헌법이 보장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촛불민심은 대통령 하야를 외치지만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 중도하차를 규정한 못박은 내용은 없습니다. 청와대가 버티기에 들어간 핵심 이유입니다. 그러나 하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권재민의 원칙이 왜 헌법 제1조이고 대통령의 임기규정은 제70조일까요?
◇朴대통령 탄핵…헌법 65조·113조 “국회·헌재의 3분의 2 이상 찬성 가능?”
“헌법 제65조 ②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 제113조 ①헌법재판소에서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면 탄핵입니다. 가장 합법적인 절차입니다. 다만 정치적 이해득실이 너무 복잡합니다. 탄핵무산의 후폭풍은 예측조차 불가능합니다. ‘박근혜 하야’를 외쳐온 야권이 탄핵추진에 머뭇거리고 청와대가 오히려 탄핵 돌파론을 띄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통령 탄핵절차는 헌법 65조와 113조에 명문화돼있습니다. 65조 2항의 대통령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소야대라는 점에서 탄핵발의는 가능합니다. 문제는 탄핵안 통과 여부입니다. 재적 3분의 2는 국회의원 200명입니다. 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에 야권 성향 무소속 6석까지 포함하면 171명입니다. 최소한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합니다. 새누리당도 민심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습니다. 그러나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일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회는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이고 대통령만 기사회생합니다.
그러나 탄핵 최종심판은 헌재의 몫입니다. 국회는 예비고사, 헌재는 본고사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과거 노무현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헌재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상황은 복잡합니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되기 위해 전체 9명 중 재판관 6인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헌재 재판관 대다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임명돼 보수적 성향이고 내년 초에는 2명이 교체됩니다. 여야의 힘겨루기가 지속돼 후임 재판관 임명이 지연되면 헌법재판관 7명 중 6명이 탄핵안에 찬성해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아울러 탄핵국면의 장기화도 우려할 대목입니다. 국회의 탄핵 발의와 의결은 물론 최대 180일에 이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 때문입니다. 탄핵 결정에 최장 8개월 정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통령은 결국 임기를 거의 다 채우게 됩니다. 내년 10월에 대선을 치르나 내년 12월에 치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심수습 vs 조기대선…헌법 68조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 후임자 선거’
“헌법 제68조 ②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촛불민심에 밀려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선택하면 조기 대선이 실시됩니다.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조항 때문입니다. 대통령 하야는 곧 ‘대통령 궐위’ 상태입니다. 100만 촛불민심의 분노를 수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2개월이라는 촉박한 정치일정에서 오는 혼란을 대한민국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졸속 날림선거’ 가능성입니다. 조기 대선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만큼 정치일정이 촉박합니다. 여야 정당의 대선후보 선출과 대선 본선에 각각 한 달 가량이 걸립니다. 여야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잡음이 증폭되면 본선으로 직행하는 후보가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례없는 다자구도는 현실이 됩니다.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대권을 위한 무질서한 합종연횡이 난무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대선 결과에 따라 87년 대선 당시 노태우의 득표율보다 적은 30% 미만의 소수파 대통령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임기초부터 정통성 문제로 발목이 잡힐 수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는 또 있습니다. 대통령 궐위로 실시된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대통령 당선 확정부터 곧바로 대통령 신분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4조 1항의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는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고 취임식도 없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대통령만 선출하고 내각은 임기초부터 진공상태입니다. 정상적인 대선이라면 두 달에 이르는 인수위 기간 동안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 국정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 미·중·일·러 등 4강 대사 인선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조기 대선은 불가능합니다. 대선 전망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예비내각을 짤 수는 없습니다.
◇朴대통령 시한부 하야…헌법 71조 ‘대통령 궐위시 국무총리가 권한대행“
“헌법 제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대통령의 단계적 권력이양을 의미하는 ‘질서있는 퇴진’입니다. 대통령이 시한부 하야를 선택하며 여야와 청와대가 향후 정치일정을 합의하는 것입니다. 거국내각 구성 및 총리 선출, 차기 대선일정에 합의하면 대통령이 그에 맞춰 사퇴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정치혼란 최소화와 명확한 정치스케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장점 때문에 정치적 가성비는 최고 수준입니다.
민주당 민병두·김영춘 의원이 오래 전부터 제안했습니다. 민병두는 6개월 시한부의 거국내각을 구성해 성역없는 수사, 검찰개혁, 선거관리를 주장했습니다. 거국내각 6개월 동안 여야는 대선후보를 선출하고 대통령은 4개월 후에 사임해서 향후 대선일정에 협력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김영춘은 내년 4월 조기 대선 실시를 주장했습니다. 박근혜의 퇴진 의사 공표→ 영수회담 통한 거국내각 구성과 대선 일정 합의→ 거국중립내각 총리 추천 및 인준 → 대통령 총리 인준 후 국정권한 위임 선언과 대선 60일전 사퇴의 수순입니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는 청와대가 시한부 하야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라는 점입니다. 또 현 상황이 ‘대통령 궐위나 사고’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입니다. 경우에 따라 거국내각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해서 내각을 통할하는 게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담고 헌법 제53조 2항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거부권 행사의 주체가 대통령이 되느냐 거국내각총리가 되느냐에 따라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2선후퇴·책임총리 논란…헌법에 없는 정치적 용어 해석 분분
“헌법 제86조 ②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제87조 ①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대통령 2선 후퇴와 책임총리 해법도 있습니다. 정치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지지율 5% 상황에서 민심이 용인해줄지 의문입니다. 헌법적 근거 역시 명확하지 않습니다.
우선 대통령의 2선후퇴는 매우 불분명합니다. 외치는 대통령, 내치는 총리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치·외치를 모두 총리에게 넘기고 상징적인 국가원수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또 내치·외치를 두부 자르듯이 구분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문재인이 총리 권한과 관련, “내·외치의 구분이 어렵다”며 군통수권과 계엄권 등의 포기를 요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물론 청와대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반대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이 총리에게 상당 부분의 권한을 위임해도 최종 법적권한은 여전히 대통령의 몫입니다.
책임총리도 마찬가지입니다. 87년 체제 이후 책임총리는 국민의정부 당시 김종필 총리와 참여정부 당시 이해찬 총리 정도입니다. 헌법에 보면 총리는 행정각부 통할, 국무위원 임명제청권·해임건의권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묵인 아래서만 가능합니다. 야당이 추천하는 책임총리라도 대통령의 권한 이양 여부는 매우 불분명합니다. 대통령 인사권의 범위는 국무위원에서 행정각부의 장까지 포함할 정도로 광범위합니다. 여기에는 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검찰총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도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