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총리, '시금치' 때문에 구설수 오른 이유는

by성문재 기자
2014.01.19 15:12:30

정부의 물가 상승 책임 회피 발언..여론 자극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나집 라작(61·사진) 말레이시아 총리가 최근 물가 상승에 대한 정부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해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고 있다.

더 스타 등 말레이사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나집 총리는 지난 12일 트렝가누주 크마만을 방문해 “물가가 내려갈 때는 정부를 칭찬하지 않으면서 물가가 오르기만 하면 왜 정부 탓만 하느냐”며 “채소 ‘칸쿵’(시금치의 일종) 가격은 최근 오히려 내려갔다”고 말했다

나집 라작
이같은 나집 총리 발언은 즉각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 등으로 퍼지면서 여론을 자극했다. 그가 가격 하락의 예로 든 ‘칸쿵’을 이용해 ‘진정하고 칸쿵이나 먹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가 등장하는 등 풍자물이 쏟아졌다. 연초부터 잇따라 단행된 각종 요금과 물가 인상으로 불거진 시민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재정 적자 요인으로 지적된 정부 보조금을 줄이기 위해 연초 연료 가격과 전기 요금을 각각 10.5%와 15% 올렸다. 이에 따라 식품과 각종 공산품 가격까지 들썩였다.

나집 총리는 “모든이들이 좋아하는 채소인 칸쿵을 예로 든 것일뿐이다. 수요 공급 원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취지로 예를 든 것을 조롱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게다가 마침 이번 논란 소식을 전한 BBC 블로그에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인터넷 통제 의혹까지 제기됐다. 말레이시아 멀티미디어·통신위원회(MCMC)는 “BBC 보도를 차단하거나 차단하도록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지시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