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명 중국인들 봄나들이, 소비가 움직인다"

by윤도진 기자
2012.05.01 15:27:54

中 내수관광의 경제학
우이(五一)에 청명·단오까지 사흘 연휴 세차례
도시민들의 관광지 소비..`부의 재분배` 통로로

[상하이=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대도시는 한산해졌다. 대신 도시 밖 관광지에 인파가 북적거린다. 중국에서 사흘(4월29일~5월1일)을 내리 쉬는 우이절(五一節, 노동절)은 `짧은 휴가(小假期)`다. 하지만 봄나들이 나서기 적당한 계절인데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1주일씩 쉬던 연휴여서 많은 도시 주민들이 집밖으로 나와 계절을 만끽한다.

중국에서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이런 사흘짜리 황금연휴가 청명절(4월5일무렵), 단오절(음력 5월5일)을 포함해 세 번 찾아온다. 연휴를 즐기는 현지인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관광지에서 돈을 써댄다.
 
사오치웨이(邵琪偉) 국가여유국 국장은 지난달 칭다오(靑島)에서 "중국 국내 관광소비는 총 국민소비의 9.4% 를 차지했고 소득 증가에 따라 관광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와 시골 사이의 빈부격차가 골칫거리인 중국에서 이런 휴가철은 `부의 재분배` 기회도 되는 셈이다.


 

▲ 자료: 중국 국가여유국, 사진은 황산풍경구 내 베이하이(北海)에 몰린 관광객들.

 
1일 중국 철도부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 첫날인 지난달 29일 철도를 이용한 여행객수는 819만5000여명으로 예년 같은 기간 대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사흘 연휴기간 철도 여행객 수는 3110만명으로 작년보다 8.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자가용이나 버스 비행기를 이용하는 여행객까지 포함하면 연휴기간 움직이는 인원은 8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도 10만여명의 중국 여행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며 유통업체들이 골든위크를 준비하고 있지만 자국내 여행객 수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중국 대표적인 관광지인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의 경우 지난 청명절 연휴 하루 평균 방문객이 4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안후이성 여유국 관계자는 "관광객 한명이 하루 900위안(16만2000원) 정도를 사용한다고 보면 청명 연휴기간 1억800만위안(194억원)을 황산에서 쓰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0달러를 넘어서면서 관광객들의 씀씀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관광지 곳곳 토산품 매장에서는 100위안짜리 수십장을 꺼내들고 흥정하는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관광 소비는 지역 경제의 활기로 이어진다. 7~8년 전만해도 황산시는 흙먼지가 날리는 시골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시내 중심에 관광보행가와 대규모 상권을 갖춘 번듯한 도시로 성장했다.
▲ 황산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안후이성 황산시 중심가에는 `라오지에(老街)`와 같이 관광객을 대상으로한 상권이 확대됐다.



휴가철 도시 밖에서의 소비는 중국이 목매고 있는 내수경제 부양에도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대도시와 격차가 큰 농촌지역의 형편을 떠받치는 데 효과가 크다. 하루 묵고 떠날 여행객을 2~3일씩 붙잡아두기 위해 리조트 같은 부대오락시설, 상권 조성 등의 개발사업이 뒤따르면서 지역 투자도 커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관광 경제의 급속한 팽창은 다양한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한다. 우선 관광 수요가 많아지면서 터무니없이 비싸진 입장권 가격이 현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황산이나 장자지에(張家界), 우당산(武當山), 지우자이거우(九寨溝) 등 한국에도 유명한 관광지의 1인 입장료는 이미 200위안을 넘었다. 이를 포함한 5A급(중국 관광지 분류 중 최고등급)의 40% 가량이 100위안 이상으로 조사됐다.

비싼 입장권 값은 이른바 현지 주민들이 싼값에 주민 전용 통로로 관광객을 이끄는 `개구멍 관광`을 불러왔다. 인터넷에는 `○○ 공짜입장 공략`과 같은 제목으로 위험한 입장 루트를 소개하는 게시물도 넘치고 있다. 또 숙박업소 음식점 등의 바가지 요금도 관광 경제의 어두운 면으로 지적된다.

내수 확대가 절실해지면서 일각에서는 2008년부터 사흘로 줄어든 노동절 연휴를 다시 1주일 연휴인 `황금주`로 복권시키자는 주장도 있다. 하반기에 10월1일 국경절 연휴가 `소비의 피크`라면 상반기에는 노동절 연휴를 늘려 소비를 확대시키자는 것이다.
▲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관광명소 스린(石林)에 몰린 중국 관광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