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이슈)"좋아~ 가는거야!" vs "너무 가는 거 아냐"

by황은재 기자
2006.01.27 09:20:48

중장기 대외변수 우호적..美 경기둔화가능성 높아
견조한 캐리 매수..경기회복세 선반영
시장 강세 지나치다..경기 회복세 인정해야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채권시장이 `경기회복세 확인` 등의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연일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악재가 주어져도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접근하며 채권매수에 불을 당기고 있다. 12월 산업생산도 예상 수준에 그쳤다.

전날인 26일, 증권업협회가 고시하는 최종호가수익률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근 3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이며 4.93%로 마감해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금리 레인지를 4.80%까지 낮추며 금리 추가 하락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지난해말 각 증권사와 경제연구소 등은 올해 1분기에 금리 고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20일 이데일리가 국내 16개 주요기관들을 상대로 올해 전망을 조사한 결과 1분기 평균 금리는 5.17%로 집계됐다. 일부 기관에서는 5.52%로 내다보기도 했다.

막상 올해 장을 열어보니 금리는 도리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11월산업생산 영향으로 크게 오르며 5.16%를 기록했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날까지 23bp나 하락했다.

경기회복세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지표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채권시장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데 정도로 인식해 지표 발표를 통과의례정도로 여기고 있다. 예상과 다른 채권시장의 행보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도 엿보인다.

이에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곳간을 채우자는 심리가 발동하면서 조정시점이 되도 오히려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금리가 고점을 형성할 때쯤 채권을 사겠다며 느긋한 입장을 보였던 곳에서는 서둘러 채권 매수에 나섰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추가 강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금리 하락세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어 시장이 어떤 동의를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금리하락 여지를 더 두고 있는 곳에서는 수급이 우호적이란 점을 꼽았다. 금리 반등시마다 대기하고 있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매수 관성이 붙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재료만 놓고 보면 금리 상승이 맞지만 시장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라며 "지난 12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느긋하게 곳간을 채우려는 곳에서 연초 포지션 구축을 위해 서둘러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도 금리 하락을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주택경기가 하향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경기의 조정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NAR의 데이비드 르레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두 자릿수 집값 상승세가 종료된 것 같다"며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은 5~6%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 가운데 1%가량을 담당했던 주택경기가 둔화될 경우 미국의 성장부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형 시중은행 채권운용담당자도 "미국 경기 조정이 시작되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국내 경기의 내수기여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얼마나 높아질지는 현재로서 장담할 수 없다"며 "상대적으로 채권 메리트가 부각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철수 연구원은 "환율 하락과 유가 급등은 향후 통화정책상 금리인상 억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도 향후 채권금리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앞서 시중은행 담당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분배 정책은 기본적으로 저성장을 국면을 보일 수 밖에 없다"며 "현재 금리 4~5%정도의 금리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시장 분위기를 이어갈 경우 2월 채권수익률이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강하게 덧붙였다.

이미 금리 고점을 봤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투신사 채권운용팀장은 "경기지표 선반영 의식, 금리인상 가능성이 현재 금리에 녹아 있다는 점에서 채권금리는 올해 고점 부근을 지났거나 이미 살짝 지났을 수 있다"며 "레인지를 낮춰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리 하락에 대한 부감감도 크다. 대외변수와 수급이 우호적인 점은 인정하지만 국내 경기회복세가 아직은 둔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예단하며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채권운용팀장은 "기저효과가 있다고 해도 경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수출도 일부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이 강세이고 환율 하락도 시장우호적인 시각이 많지만 아니다"며 "지난해 고유가와 원화강세에도 우리 수출은 늘었고 가격경쟁력에서 품질 경쟁력 시대로 가고 있다"며 금리 하락속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팀장은 이어 "아직도 약세론이 남아있고 트레이딩보다는 캐리 비중이 높기 때문에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차분하게 지켜볼 레벨이지 추격매수를 하면서 따라갈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우호적인 재료(환율하락, 유가급등 등)만 시장이 반영해 왔으나, 국내경기의 회복세라는 맛없는 반찬은 쳐다보지도 않은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주 발표될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와 이번달 열릴 예정인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변수다. 환율과 유가때문에 다소 흐릿해지긴 했지만 여전이 콜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은 유효하다.

서철수 연구원은 "미국발 지표와 미 금리 결정, 2월 금통위 등 경계감이 있기 때문에 금리가 후루룩 빠지기는 힘들다"며 "악재를 확인하면서 금리 레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