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하 극미량 돌연변이 세포로도 뇌질환 발생

by강민구 기자
2024.07.09 08:41:39

KAIST, 난치성 뇌전증 동물 모델로 연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0.1퍼센트 이하 비율의 극미량 돌연변이 신경세포에 의해서도 뇌 전체 기능 이상을 유발해 뇌전증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KAIST는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이 뇌세포 특이적 돌연변이에 의한 소아 난치성 뇌전증 동물 모델과 환자 뇌 조직 연구를 통해 이같은 연구를 하고, 국제학술지 ‘브레인(Brain)’에 지난 달 25일자로 게재했다고 9일 밝혔다.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사진=KAIST)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얼마나 적은 수의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 모자이시즘(세포마다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누적됐을 때 이것이 전체 뇌 기능 이상을 유도하는 뇌 질환 발생으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마우스 질병 모델과 인체 조직을 이용한 연구를 했다.

우선 실험용 쥐의 뇌 조직에 뇌전증 유발 체성 모자이시즘을 최소 수백 개에서 최대 수만 개의 세포에 유발했다. 이때 8000에서 9000개 수준의 돌연변이 신경세포가 나타날 때부터 실험용 쥐가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고, 관련된 병리가 나타남을 관찰했다. 또 난치성 뇌전증 환자 뇌 조직에서 대용량 유전정보 증폭 시퀀싱을 통해 정확한 변이 모자이시즘 비율을 분석해 최소 0.07%에 이르는 뇌전증 유발 체성 모자이시즘을 확인했다.



이는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수술에 이르게 되는 난치성 뇌전증의 유전적 정밀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결과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난치성 신경 정신의학적 질환들이 뇌의 발생과 분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극소량의 미세 돌연변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뜻한다.

연구는 국소 피질이형성증(뇌 발달 과정 중 대뇌 피질에 국소적으로 신경세포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의 진단법 향상과 체성 모자이시즘에 의한 뇌 질환 원인 발견에서 중요한 기초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KAIST 교원 창업 기업인 소바젠을 통해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체성 모자이시즘 변이를 목표로 하는 혁신 RNA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 의사과학자이자 논문의 1저자인 김진태 박사는 “극미량의 체성 돌연변이라도 뇌의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난치성 뇌전증 등의 유전적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