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택지 공급 축소에…전매제한 풀린 분양권 웃돈 '하이킥'

by김성훈 기자
2016.09.07 06:30:00

아파트 분양권 시장 과열 양상
정부 '공공택지 감축'에 전매제한 풀린 단지 분양권 웃돈↑
다산 진건·고양 삼송도 전매제한 앞두고 상승세 뚜렷
'웃돈 더 붙을 것' 기대감에 매물 없어
전문가 "시장 침체 땐 실입주자 희생양될 수도"

△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단지들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속속 풀리면서 웃돈(프리미엄)이 거침없이 붙고 있다. 이달 전매 제한이 풀린 광교신도시 내 ‘광교 중흥S-클래스’ 아파트 공사 현장. 이 아파트 분양권에는 6000만~7000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은 상태다.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4일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4번 출구를 나오자 광교신도시 원천호수 맞은 편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공사 현장이 펼쳐졌다. 높은 담벼락 너머 대형 크레인이 쉴 새 없이 건설자재를 실어 날랐고 6차선 도로 위로 집채만 한 레미콘 트럭 행렬이 광교중앙역 사거리를 빠져나갔다. 지난해 8월 6만 9251명의 청약자를 끌어모으며 광교신도시 내 최다 청약자 기록을 새로 쓴 ‘광교 중흥S-클래스’ 아파트(전용면적 84~129㎡ 2231가구) 사업장은 선선해진 날씨를 틈타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진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아파트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수원 영통구 이의동 G공인 관계자는 “이달부터 중흥S-클래스의 전매 제한이 풀리면서 일주일 새 아파트 분양권 시세가 1000만원이 더 올라 주택형별로 평균 6000만~70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2019년 입주 전까지 1억원은 더 오를 것을 장담한다”며 계약을 권유했다.

지난해 수십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친 수도권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속속 풀리면서 웃돈이 거침없이 붙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내놓은 ‘8.25 가계부채 대책’에서 택지 공급을 줄이겠다는 발표가 더해지자 기존에 공급한 아파트 분양권을 잡으려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단지에선 최고 1억원의 웃돈이 붙은 상태다. 정부가 내놓은 가계 빚 대책이 투자 수요를 도리어 자극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GS건설이 부산 동래구 명륜4구역을 재개발한 선보인 ‘명륜자이’ 아파트(전용면적 45~84㎡ 671가구)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주말 사흘간 4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명륜자이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자료=GS건설]
GS건설이 지난 2일 부산 동래구 명륜4구역을 재개발해 선보인 ‘명륜자이’ 아파트(전용 45~84㎡ 671가구) 모델하우스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주말 사흘간 4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올해 4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공급한 마린시티 자이(전용 80~84㎡ 258가구)가 기록한 4만 9000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분양하는 첫 단지다 보니 아파트를 찾은 방문객 대부분이 청약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전매 제한 해제를 앞둔 단지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내달까지 서울·수도권에서 전매 제한이 풀리는 단지는 총 25곳이다. 이들 아파트 분양권에는 적게는 3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 규모의 웃돈이 붙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미사강변도시 A23블록에 분양해 평균 28.69대 1, 최고 61.06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미사강변 더샵 센트럴포레’(전용 73~101㎡ 487가구)가 대표적이다. 하남시 풍산동 P공인 관계자는 “이 아파트 전용 84㎡형은 평균 7000만원, 전용 94㎡형 로열층은 웃돈이 1억원 가량 붙었다”며 “웃돈이 2000만~3000만원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 자체는 뜸하다”고 전했다.

△ 전매 제한 풀리는 주요 아파트 분양권 웃돈 규모(단위:만원)[자료=부동산 114·공인중개업소]
상황이 이렇자 올 연말께 전매 제한이 풀리는 단지들도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는 이달 21일 진건지구 ‘유승한내들 1차’ 아파트를 시작으로 내달 ‘다산신도시 아이파크’와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반도유보라 1차’(11월), ‘한양수자인’(12월) 등이 전매 제한에서 풀린다. 글로벌 가구·생활용품점인 이케아와 롯데·신세계 복합쇼핑몰 호재를 품은 고양 삼송지구에서도 오는 11월 ‘삼송2차 동일스위트’와 ‘원흥역 푸르지오’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진다. 고양시 덕양구 S공인 관계자는 “두 달 뒤에야 분양권을 살 수 있는데도 벌써부터 매입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들 단지엔 50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웃돈이 더 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분양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폭탄 돌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더욱이 집을 팔아 수익을 낸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양도소득세도 매수자가 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추가 지출까지 감수해야 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권 웃돈이 과도하게 붙은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침체될 경우 그 피해가 실입주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무턱대고 분양권을 사면 자칫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올해 전국 분양권 전매량 [자료=한국감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