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도 너무 큰 김치냉장고

by김정남 기자
2012.09.21 10:33:10

올해 550리터 이상 제품 마케팅 집중..판매량 미미
삼성 윤부근 사장 생활가전 맡은 후 업계 신경전 가열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커도 너무 커졌다. 불과 2~3년 전 일반 냉장고 수준이었던 500리터대 용량이 올해 김치냉장고로 옮겨왔다. 주요 업체 모두 대용량 신제품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초기 판매는 미미한 실정이다.

2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용량 김치냉장고로 분류됐던 400리터대 제품의 판매량은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했다. 7~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500리터대가 대거 출시됐음에도 400리터 이상 대용량 제품의 판매량은 지난해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케팅을 집중했던 초대용량 김치냉장고가 실제 판매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김치냉장고의 용량 경쟁은 유독 두드러졌다. 위니아만도(딤채), 삼성전자(지펠아삭), LG전자(066570)(디오스) 등 주요 업체들이 올해 내놓은 최대 용량 제품은 각각 553리터, 567리터, 565리터다. 한해 사이 각각 85리터, 59리터, 157리터나 커졌다. 500리터대면 2~3년 전 일반 양문형 냉장고의 평균 수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용량 김치냉장고의 주류는 300리터대였는데, 급격하게 커졌다. 김치 외에 야채·과일·잡곡 등도 보관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게 업계의 논리다.



다만 시장성은 미지수다. 1인 가정이 급증하는데다 포장김치 등의 인기 때문에 김장 수요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FNF 종가집의 올해 여름(7~8월) 포장김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정도 증가하기도 했다.

가전업계는 냉장고에서 시작된 업체간 용량 싸움이 김치냉장고까지 번지면서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됐다고 해석한다. 특히 ‘초격차(超格差)’의 대명사인 윤부근 삼성전자(005930) 사장이 올해부터 생활가전을 직접 챙기면서 업체간 신경전이 불거졌다. 초격차란 경쟁업체가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뜻하는 삼성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500리터 중반대 김치냉장고는 본연의 ‘서브 냉장고’라는 역할이 무색한 수준”이라면서 “전력 대란 시대에 24시간 틀어놓는 냉장고 제품의 용량이 급격하게 커지면 소비전력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최대용량 김치냉장고. 각각 567리터, 565리터에 달한다. (사진=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