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머니게임)①신용등급은 말한다

by이태호 기자
2008.09.02 09:46:12

재무건전성·자금동원능력의 포괄적 지표
포스코는 최상급..한화가 가장 낮아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대우조선해양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화그룹은 저마다 높은 시너지와 뛰어난 자금력을 강조하며 인수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M&A를 바라보는 금융시장의 눈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빠른 성장과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청사진보다는 현금 소진과 차입급 증가라는 부정적인 측면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수후보군의 신용도와 재무현황, 인수후 부담 등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신용등급에 다 나와있지 않습니까?"
 
2일 한 신용평가기관의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후보들의 재무현황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를 요구하자 이렇게 반문했다. 누가 재무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지, 인수후 부담은 또 어떻게 다를 지에 대해서도 대답은 같았다.

사실 채무상환능력을 뜻하는 신용등급만큼 기업의 재무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없다. 전문 신용평가기관이 수익성과 재무비율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경영환경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규모 인수자금을 지불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그리고 인수후 재무부담의 정도를 알아볼 때도 신용등급은 상당히 신빙성 있는 평가기준이 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군 가운데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기업은 포스코(005490)다. 그리고 한화(000880)가 가장 낮은 등급을 받고 있다.



포스코의 신용등급은 `AAA(안정적)`. AAA부터 D까지 10단계로 구성된 신용등급 가운데 최상급이다. (AA부터 B까지는 +, - 부호를 붙여 동일 등급 내 우열을 평가한다.)
 
포스코 바로 다음은 현대중공업으로 한 단계 낮은 `AA+(안정적)` 등급을 받고 있다. 포스코에 비해 재무적인 능력이 떨어진다기보다, 상대적으로 부침이 심한 조선업황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파악된다.
 
한 신평사의 중공업담당 연구원은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의 신용도는 현재 시점에서 재무제표만 놓고 볼 때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등급 차이는 업황의 특성과 재무적인 history(통계)를 감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한 단계 더 낮은 `AA(안정적)`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010620)은 현대중공업과 함께 이번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현대삼호중공업은 유효한 장기등급(기업어음 등급은 `A1`)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GS홀딩스(078930)는 현대미포조선과 같은 `AA(안정적)` 등급을 받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수 참여가 거론되는 계열사 중에는 GS칼텍스가 `AA+(안정적)`으로 가장 높고, GS건설(006360)이 `AA-(안정적)`로 세 곳 중 가장 낮다.
 
한화(000880)는 GS홀딩스보다 네단계 아래인 `A-(안정적)`이다.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009830)은 `A(안정적)`, 한화건설은 `BBB+(안정적)`이다. 
 


신용등급이 지니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올 때 지불해야 할 이자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지표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민간채권평가 3사가 매일 공시하는 `시가평가수익률` 표에 따르면, 최근일(27일) 기준으로 AAA 신용등급의 회사가 3년 만기짜리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7.15%의 이자율이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AA+ 등급은 7.26%, AA는 7.35%, A-는 7.70%로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이자율은 높아진다.

이자율 수치만 볼 때 등급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기업들은 상당히 민감해하는 부분이다. 자금조달 규모가 클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재무적투자자(FI) 유치 경쟁이 심할수록 이자부담은 더욱 커진다.
 
가령 이번 인수전에서 각사가 똑같이 3조원을 차입한다고 가정하면, 등급이 가장 높은 포스코는 연 2145억원을, 가장 낮은 한화는 2310억원을 이자로 지불해야 한다. 신용으로만 연간 165억원의 이자가 움직이는 것이다.
 
시장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같은 금액을 빌려도 조달비용이 크게 벌어질 수 있다"며 "신용도가 우수한 기업은 cash flow(현금흐름)도 좋고, 조달비용도 낮은 선순환이라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반대로 악순환 모양이 나오기 때문에 크레딧의 차이는 인수후 부담에도 의미있는 차이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