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흔들려도 지주사 안정적…정책 훈풍에 ‘방어력’ 부각

by박정수 기자
2025.11.30 13:37:27

대형주 출렁여도 지주사 주가는 선방
상법 개정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합의까지
"기업가치 제고 신뢰 회복…지주사 재평가"
내년에도 정책 모멘텀 지속…"주가 상승 기대"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대형주들이 출렁이고 있지만, 지주사 주가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까지 맞물리며 지주사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3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인 SK(034730) 주가는 지난 28일 4.53%(1만 1500원) 오른 26만 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는 7%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SK그룹 중간 지주사인 SK스퀘어(402340)는 14% 넘게 상승했다.

반면 핵심 계열사 SK하이닉스(000660)는 이달 초 62만원대까지 올랐다가 시장 변동성 확대 영향으로 53만원까지 밀리며 14%대 하락했다. SK스퀘어(402340)는 SK하이닉스 최대 주주다.

삼성그룹에서도 흐름은 유사하다. 이달 초 11만원대를 돌파했던 삼성전자(005930)는 9% 넘게 조정을 받았지만,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028260)은 22만원대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방어력을 보였다.

다른 주요 그룹도 비슷한 양상이다. LG(003550)(-4.4%)는 핵심 자회사 LG화학(051910)(-4.8%) 대비 낙폭이 작았고, HD현대(267250)(-10.3%) 역시 HD현대일렉트릭(267260)(-18.3%)보다 하락폭이 적었다. 전반적으로 지주사들이 하락장에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지주사 주가 전망이 밝다고 보면서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올해 1차와 2차 상법 개정으로 인해 주주가치 보호와 제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도 속도를 내는 상황이라 지주사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앞선 두 차례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 견제와 소수주주권 강화가 주된 내용이었다”며 “올해 지주사 주가는 상법 개정 이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던 부분에 대한 해소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3차 상법 개정이 이뤄져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가 일괄 소각된다면 자사주 악용을 방지하고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의지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지주사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안도 지주사 업종 투자 매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야는 지난 28일 배당소득 분리과세에서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 세율을 30%로 적용하는 세제개편안에 합의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 기업은 배당 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 성향 25% 및 전년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경우에 적용하기로 했다.

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주 종목들 배당지급액은 꾸준하고 안정적이다”며 “고배당 요건 충족 가능성이 높아 세제 혜택에 따른 투자자들의 투자유인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정책 모멘텀도 남아 있어 내년에도 지주사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합병·물적 분할 등에서 일반주주 권익을 보강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후속 과제로 거론되고 있고, 기업 승계를 둘러싼 상속세 제도 개편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2026년 지주회사 업종의 주가 상승 기대는 유효하고 모멘텀은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