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이드IT] “하루 매출 1억원요”…컴투스 솔직화법 눈길
by이대호 기자
2021.08.14 16:21:17
게임기업 실적 컨퍼런스콜 간담회 이모저모
컴투스, 구체적인 지표 부진까지 솔직 공개
엔씨, 리니지W 놓고 넘치는 자신감 표현
크래프톤 “메타버스 부풀러져 있어” 시장 진단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주요 게임 기업들의 2021년 2분기 실적발표와 전화회의(컨퍼런스콜)가 마무리됐습니다. 업계 전반이 실적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아픈 곳을 찌르는 질문이 쏟아졌네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존 라이브 게임과 신작의 현황이 어떤지, 부진하다면 과연 반등할 수 있는지가 잇단 질문의 핵심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기업들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뭉뚱그려 답하거나 구체적인 지표 공개를 피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딱 짚어서 시장이 원하는 답을 말하는 경우가 좀처럼 없습니다. 좋게 표현한다면 시장에 혼돈을 주지 않기 위해 말을 아낀다지만, 주주 입장을 가정해본다면 정보 공유가 인색하지 않나 싶을 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실적발표에서 여느 기업과 대비되는 솔직 화법을 구사한 기업이 있었습니다. 컴투스(078340)입니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은 매출 1529억원, 영업이익 110억원, 당기순이익 105억원입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3.6%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1.2%, 65.2% 감소했는데요. 지난 4월 출시한 대형 야심작 ‘서머너즈워: 백년전쟁’이 2분기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출시 초기 대비 아쉬운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해 질문이 나왔습니다. 백년전쟁 출시 초반 하루 매출 10억원 수준 대비해 5월과 6월 매출을 물었네요.
이에 대해 백경진 사업본부장은 “현재 일매출 1억원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밝혔습니다. 추가 질문엔 “하루 이용자(DAU)가 10만~20만 정도”라고도 답했는데요. 고점에 있을 당시 매출도 아니고 현재 저점에 있는 게임 지표를 있는 그대로 공개했습니다.
이 같은 정보 공유가 이례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그동안 게임 기업이 부진한 실적을 내놓기를 꺼렸기 때문입니다. 다른 기업들은 부진한 게임 타이틀을 반등시킬 자신이 없었을까요. 컴투스가 돋보인 이유입니다.
컴투스는 하반기 백년전쟁의 대규모 대회 외에도 중소규모 e스포츠를 보다 확대해 이용자 저변을 넓히고 마케팅 효율화를 통해 이익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번 실적발표에서 눈길을 끈 또 다른 기업이라면 엔씨소프트(036570)(엔씨)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장욱 엔씨 IR실장이 컨퍼런스콜에서 리니지W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리니지W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리니지 기반 신작으로 오는 19일 쇼케이스에서 첫 모습을 공개합니다.
이 실장은 리니지W에 대해 “우리의 기대치는 굉장히 크다”며 “상세한 것은 19일날 봐달라. 확신이 들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기대감을 표현했는데요. 그동안 엔씨 행보로 본다면 이례적인 답변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엔씨는 컨퍼런스콜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는 경우가 드문 편인데요. 이달 중 출시할 대형 야심작 ‘블레이드&소울2’도 당초 작년 말 출시를 계획했으나, 그동안 뚜렷한 메시지 없이 지금까지 지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곧 첫 모습을 보일 타이틀에 대해서 “보시면 확신이 들 것”이라며 넘치는 자신감을 표현했습니다.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가 국내 매출 선두를 유지했을 지난 상반기였다면 이 같은 발언에 힘이 실렸을 텐데요. 지난 3월만 해도 100만원을 넘보던 주가가 현재 70만원대로 떨어진 엔씨입니다. 과연 엔씨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 타이틀을 내놓을지 오는 19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최근 메타버스를 업고 시장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타이틀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하거나, 그동안 콘텐츠와 상관없는 행보를 보인 기업이 메타버스를 만들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인수한다고 알리는 등 시장 전반이 메타버스에 꽂혀있는데요.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유명한 더 샌드박스 측에 물어보니 “한국 외 글로벌에선 메타버스가 이 정도로 주목받지 않는다”면서 이례적인 상황으로 진단했습니다. 한걸음 물러나 냉정하게 시장을 볼 시점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최근 증시 입성으로 주목받은 크래프톤이 실적 컨퍼런스콜은 아니지만,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꺼내놓은 말에 눈길이 갑니다. 당시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메타버스는 애매모호하고 현실보다 조금 더 부풀려져 있다”며 현재 시장 분위기를 진단했습니다. 그는 메타버스보다는 ‘인터랙티브 버추얼 월드’라는 말로 대신했는데요. 메타버스를 업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스스로 한 걸음 물러난 셈입니다.
장 의장은 “인터랙티브 버추얼 월드 영역에선 기본적인 기술이 필요한데, 딥러닝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갖추기 시작했고 다양한 관점에서 준비 중”이라며 솔직담백한 답변을 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