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회계 규제 적정한가”…공방 제2라운드

by이명철 기자
2018.11.25 12:20:19

“원칙중심 회계기준서 현재 규제환경 문제” 지적
정당한 회계처리였다는 삼바측 주장에 힘 실릴 수
‘스모킹 건’ 내부문건, 삼성물산 감리 등도 변수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성바이오) 사태가 회계기준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변경한 회계 처리를 분식(粉飾)이라고 판단한 결정이 ‘원칙 중심’ 회계기준과 상충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IRFS) 해석에 대한 삼성바이오와 금융당국간 공방은 제2라운드인 소송전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에 대해 2015년 지배력 회계처리 변경이 고의 분식회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했다. 삼성바이오는 당시 결정이 회계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국 증선위 결정에 이어 양측간 행정소송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 사태로 인한 회계 관련 규제 환경에 대한 논쟁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원칙중심 회계기준에 따른 판단이 삼성바이오처럼 나중에 제재로 돌아오면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증선위 결정 이후 회계 전문가들이 처음 모인 23일 한국회계학회 세미나에서는 원칙중심 회계기준 적용에 대한 기업과 감사인의 불확실성과 금융당국 규제 문제점이 논의됐다.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이란 회계기준서에서 원칙을 제시하고 기업은 경제적 실질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판단토록 한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기업의 결정을 존중하기보다는 사후 징벌적인 성격으로 규제를 하고 있어 이러한 회계기준 취지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일부 회계 업계 시각이다. 특히 세미나 질의응답에서 한 대학교수는 “전임 정부에서 나온 증선위 결정이 이번 정부 들어 뒤집히는 게 회계 원칙에 맞는 것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성표 회계학회장은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논란으로 한국 회계 신인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과 회계법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긴 어렵고 제도와 인프라가 미약한 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원칙중심 회계기준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IFRS 체제에서 회계감독에 고충이 있음을 토로했다.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은 “감독 기관이 제재에 치우쳐있다는 지적에 대해 상당히 책임감을 느낀다”며 “감독기관은 원칙중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회계 처리 과정을 중시하는 업무 관행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회계감독이 원칙중심 회계기준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얻을 경우 향후 소송전에서 삼성바이오측 입장에 힘이 실린다는 관측이다. 삼성바이오는 회계기준 원칙에 따라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분류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도 삼성바이오의 내부 문건 등을 근거로 고의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논리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에피스의 가치평가가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측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시되는 만큼 추가 감리 등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