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트럼프 만난 후 “유럽 스스로 운명 맞서야”

by김형욱 기자
2017.05.29 07:53:50

"마크롱 佛대통령 도울 것"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한 행사에서 맥주잔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후 유럽 스스로 운명과 맞서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트럼프 정부 아래의 미국은 더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26일(현지시간)까지 아흐레 동안 중동·유럽을 순방했다. 이 과정에서 벨기에 브뤼셀을 만나 유럽연합(EU) 수뇌를 만났다. 또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해 메르켈 총리 등과 회담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자유무역을 수호하자는 데는 동의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을 비판하고 2015년 파리기후협정 지지를 거부하며 서방 동맹의 와해 우려를 키웠다.



메르켈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나 “최근 며칠 동안의 경험 끝에 우리 유럽은 스스로 우리 운명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물론 미국, 영국, 심지어 러시아까지 우호 관계를 가져야 한다”면서도 “우리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싸우는 건 결국 우리 유럽인”이라고 역설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와 함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독일은 힘닿는 한 (마크롱을) 도울 것”이라고 덕담했다. 마크롱은 최근 프랑스 내 반EU 후보인 마린 르펜 후보를 압도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편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트럼프의 이번 방문에 좀 더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투스크 의장은 28일 “트럼프와의 이번 회담은 비록 이상한(extraordinary) 감정과 행동들이 있었지만 분명한 건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보다 (미국과의) 신뢰가 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