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카트] 추석 선물세트의 최후

by안승찬 기자
2014.09.06 10:26:29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추석 선물세트 생애에서 최고 정점은 지난 5일이었다. 8월부터 시작된 추석 선물세트 판매는 추석이 다가오면서 점차 열기가 달아오르다 추석을 사흘 앞두고 최고치를 찍는다. 롯데마트의 경우도 추석이 임박한 5일동안 판매된 선물세트가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꼭대기에 오르면 다음 차례는 내리막길 뿐이다. 이마트(139480) 관계자는 “추석을 사흘 전을 넘기면 구매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게 보통”이라며 “특히 올해는 추석 이틀 전부터 토요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웬만한 추석 선물세트 구매는 다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이마트는 지난달 1일부터 4일까지 예약판매를 포함한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도 비슷하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판매는 전년대비 8.7% 늘었다.

하지만 결국 주인을 만나지 못한 추석 선물세트는 생기게 마련이다. 이마트는 올해 10% 늘린 물량을 준비했다. 롯데마트는 물량을 15~20% 늘렸다. 재고는 불가피하다.



끝까지 팔리지 않은 선물세트는 포장을 일일이 분해해 낱개로 판매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선물세트는 대형마트가 제조업체로부터 이미 구매한 상품이기 때문에 팔리지 않았다고 해서 반품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인건비가 들더라도 똑같은 상품이기 때문에 분해해서 다시 판매한다”고 말했다.

이건 대형마트 입장에서 매우 손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시판 중인 가공식품 선물세트 12개를 대상으로 세트 가격과 단품 가격을 비교했더니, 선물세트 가격이 단품보다 평균 12% 높았다고 밝혔다. 가격도 비싼 데다 세트 해체 비용까지 추가로 들어야 하니, 단품으로 파는 건 대형마트에게 최악의 선택이다.

생활용품처럼 유통기한이 긴 경우는 내년을 기약하며 창고에 쌓아두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재고부담을 져야 한다.대형마트 입장에서 선물세트는 무조건 다 파는 게 최선이다. 롯데마트가 5일부터 추석선물 추가 할인 이벤트를 열고, 홈플러스가 추석 상품을 반값에 판매하는 건 이런 고충 때문이다. 어쩌면 마지막까지 기다린 사람이 가장 싼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