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택시법 거부.. "법체계 위반, 형평성·재정부담 우려"

by이민정 기자
2013.01.22 09:32:51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정부가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 택시법)을 거부하기로 했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택시법 공포안’과 ‘재의요구안’을 심의한 뒤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논의 결과 대중교통육성을 위한 입법취지 및 법체계 위배, 유사교통 수단과의 형평성 문제, 정부 및 지자체의 재정부담 가중 우려, 국회법상 의견수렴 절차 위배 등의 이유로 국회에 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대중교통이란 대량수송이 가능한 교통수단이 일정한 노선과 시간표를 가지고 운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택시는 개별교통수단으로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며 “또한 대중교통 육성을 통해 교통혼잡 및 환경오염 방지, 에너지 절감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려는 대중교통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영국·일본 등 외국의 어느 사례를 보더라도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한 경우는 없으며, 국제기구인 국제대중교통협회(UITP)도 택시를 개별교통수단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임 총리실장은 “ 일정한 노선과 시간표를 갖추고 대량 수송하는 여객선·항공기와 통근·통학용으로 제공되는 전세버스도 대중교통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건에 맞지 않는 택시를 포함할 경우 교통수단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교통정책 수립과 집행시 상당한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총리실장은 “특히 현행 버스지원체계를 보면 대중교통지원을 위한 재정부담의 대부분(약 80%)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어 국회법상 정부, 지자체 및 전문가 등의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한데 정부가 국회가 의결한 대중교통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조회한 결과, 시·도지사협의회 및 대부분의 시·도에서는 택시가 대중교통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또는 지방재정부담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리는 앞서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중교통법안에 대해 국무위원들간에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재의요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라며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 국회가 국가미래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와 택시업계, 그리고 국민들은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이번 결정을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결단으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중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개정안은 다시 국회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진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개정안은 통과된다. 앞서 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총수 3분의 2를 훌쩍 넘긴 222명의 찬성으로 법안을 처리한 바 있어 재의결 요건을 갖추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 총리실장은 “재의 요구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국회 내부 논의가 있을 것이고, 정부는 정부의 입장과 대체입법안의 타당성 등을 충분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택시산업이 과잉공급에 따른 문제와 획일화된 택시요금체계·운전자의 열악한 근로여건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대중교통법의 개정 대신, 대체입법으로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안)(이하 택시지원법)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입안했다.

택시지원법에는 대중교통법에는 없는 택시운전자의 복지개선을 위한 규정도 담게 된다. 운수종사자 복지기금 설치, 유류비 등 운전자 전가금지, 운전자의 장시간 근로방지 등을 명시하게 된다. 아울러 택시서비스 개선을 위해 승차거부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및 단속강화, 성범죄자의 택시운전 퇴출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도 담긴다.

입안된 택시지원법의 초안은 이날 공개되고, 재의요구서와 함께 국회에 보낸다. 입법예고에 착수하는 동시에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 정부입법으로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