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③(르포)STX메탈 "육·해·공 아우르겠다"

by채승기 기자
2010.03.26 09:36:38

STX엔파코, 사명 STX메탈로 변경
가스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엔진파트 뛰어넘는다
"육·해·공 아우르는 제품생산체제 준비

[이데일리 채승기 기자] 대구역에서 내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달리기를 30여분. 대구 성서종합단지 내 STX메탈(옛 STX엔파코(071970))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깨끗했다. 

성서종합단지는 총 5개 단지로 이뤄져 있는데, STX메탈은 3단지에 자리잡고 있다. 단지 내에서는 희성전자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 STX메탈 대구공장 외관

총 8만5288㎡(2만 5845평)에 이르는 이 공장에서는 엔진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터보차저(Turbo Charger)와 카고오일펌프(Cargo Oil Pump)를 주로 생산한다. 

`첨단소재공장`이라고 쓰인 곳의 문을 열었다. 독특한 화학약품 냄새에 코가 맵다. 이곳에서는 블레이드, 터빈 휠 등 터보차저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을 생산한다.
 
터보차저 부품들의 형태를 파라핀으로 주조해 내는 게 첫 번째 단계다. 파라핀을 이용해 제품의 틀을 만들고 그 위에 1500도의 열에도 견딜 수 있는 세라믹 소재를 최소 15번 이상 덧댄다. 일종의 `거푸집`을 만드는 셈이다. `왁싱공정`이라고도 부르는 이 공정은 하나의 `거푸집`을 만드는데 만 4~5일이 걸린다.

만들어진 거푸집 위로 니켈 합금 소재의 쇳물을 붓는 게 그 다음 순서다. 급격히 쇳물이 식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푸집 위에는 일일이 솜옷을 입혔다. 보온재를 입히고 쇳물을 부어 식힌 거푸집을 망치로 부수는 공정은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이뤄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니켈합금 부품들은 T/S공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사실 대구 공장의 거의 모든 공정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다. 공장자동화가 이뤄져 모두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기자가 공장을 방문한 날도 근로자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기계화로 인해 사람의 손이 들어갈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2만여 평의 공장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 수도 130여 명에 불과하다.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회사라고 보기에는 다소 믿기지 않을 정도다.

▲ STX메탈 터보차져 조립모습
STX메탈의 매출액은 ▲2006년도 4641억원 ▲2007년도 7021억원 ▲2008년도 1조214억원 ▲2009년도 1조14억원으로, 경기침체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꾸준하게 상승세를 이어왔다.


T/S공장은 만들어진 부품을 보다 세밀하게 가공하고 조립하는 곳이다. 공장을 들어서자 `위잉~`하는 기계음과 차가운 금속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쇠가 갈리는 소리가 흡사 비명소리 같다. 10여 미터 위에 위치한 노란색 크레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 STX메탈 대구공장 내부 전경
“크레인만 해도 50개가 넘습니다. 크레인 가격만 4~50억원이 넘어요. 우리 공장은 초창기 설비 투자가 많이 이뤄져 최신식 장비들을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저기 있는 5축밀링기만해도 대당 10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입니다”

공장 한편에 위치한 커다란 3개의 기계는 대구 공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머신이다. `5축밀링기`라고 불리는 이 기계는 독일 HERMLE사 제품이다. 첨단소재공장에서 만들어진 부품들을 보다 세밀하게 깎고 다듬는 데 사용된다.



만들어진 부품을 기계에 넣고 5축밀링기 옆에 딸린 작은 컴퓨터를 이용해 깎아내야 할 정확한 두께, 수치 등을 입력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부품을 깎아 낸다. 단 1㎜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기계 옆에는 깎여나간 쇳가루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부품의 원료인 니켈 합금이 고가이기 때문에 쇳가루는 따로 모아서 판매한다고 한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터보차저나 가스오일 펌프 등은 엔진이나 선박부품의 가장 핵심요소다. 과거에는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독일 만(MAN)사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주요 부품들을 수입해 왔지만, 이제는 자체 기술을 확보하거나 거의 100% 국산화했다.

기술제휴를 통해 선진국의 기술을 습득하고 자체 기술 개발노력을 지속했기 때문에 얻어낸 성과다. 이상두 STX메탈사업본부장은 “얼마 전에도 프랑스에서 슈퍼바이저가 왔다 갔는데 이 사람들한테 우리가 하도 이것저것 전화해서 물어보는 통에 저녁 5시면 퇴근하는 사람들이 8시가 넘어서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 공장 한편에 카고오일펌프가 놓여있다.
석유 및 화학제품 운반선에 액체화물을 싣고 내릴 때 사용되는 설비인 카고오일펌프도 이 공장에서 자체 제작한다. 관련 특허만 7건을 출원했다.

T/S공장 내에는 실제 엔진이 돌아가는 환경과 똑같이 갖춰놓은 시운전실도 6셀(Cell)이나 마련해 놨다. 가공, 조립, 시운전의 모든 과정이 이 공장에서 모두 이뤄지는 셈이다. 공장 바깥쪽에 마련된 카고오일펌프 시운전동도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STX메탈 대구공장은 연간 터보차저 5000대, 카고오일펌프 50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는 터보차저 1750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김현중 팀장은 “경쟁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캐파(Capa)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는 엔진·선박 부품 외에도 수소연료전지나 산업 발전용 가스터빈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대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 STX메탈 대구공장 내부 물류창고

이를 위해 STX메탈은 과거 사명인 STX엔파코를 버렸다.  

이상두 사업본부장은 “STX엔파코 자체가 엔진파트컴퍼니의 약자"라며 "이같은 사명이 사업부문을 너무 한정하는 것 같아서 3월 주총을 거쳐 사명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앞으로는 가스터빈, 수소연료 전지 등 엔진 파트를 뛰어넘어 다른 비즈니스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플랜트나 오프쇼어 쪽 비중도 30%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선박용 부품을 만들고 있지만 육지용 가스터빈, 항공용 엔진까지 이 공장에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게 목표라는 설명이다. 

STX엔파코 대구공장은 이를 위해 G/T(그린테크놀로지) 공장 부지와 R&D센터 부지를 마련해 놓고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