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큰 수목원이 다 내 것?
by조선일보 기자
2009.03.26 11:38:00
[조선일보 제공] 꽃 구경하고 산책하고 사진 찍고 허브 화분 몇 개 가져오고…. 경기도 파주시 '벽초지(碧草池) 문화수목원'의 낮 풍경은 여느 수목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단 하룻밤만이라도 나무와 풀과 꽃으로 가득한 넓디넓은(약 13만2200㎡) 수목원을 '우리 일행'의 100% 소유로 가져보면 어떨까.
이 수목원 안 자리 잡은, 단 하나뿐인 커다란 통나무 숙소가 '사람 많은 여행지 공포증'에 걸린 사람들을 유혹한다. 수목원 박용구 영업이사는 "원래 이 숙소는 수목원을 세운 박정원 회장의 개인 별장이었다"며 "수목원을 찾은 이들이 '저기서 한 번 묵어봤으면 좋겠다'고 종종 부탁을 해와 일반인에게도 얼마 전부터 개방 중"이라고 했다.
'개방했다'고는 하지만 통나무집이 딱 하나다 보니 예약이 쉽지는 않다. 수목원 측도 "알음알음으로 연락해오는 분들께 빌려 드리는 식이어서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을 공지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접근이 쉽지 않은 대신 일단 예약만 성공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환상으로 가득한 '우리만의 밤 정원'을 즐길 수 있는 행운을 움켜쥐게 된다.
공식적인 수목원 영업시간은 '오전 8시~해질 무렵'. 해가 지면 완전히 입구를 봉쇄해버리기 때문에 수목원은 말 그대로 텅 빈다. 노송이 어우러진 숲을 지나 깊숙이 자리한 연못 '벽초지'의 옆잎 산책로, 주목터널, 단풍나무길 등 수목원의 명소를 '완전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진다. 단 수목원엔 조명이 거의 없으므로 밝은 손전등을 갖춰야 하고, 되도록 보름달이 뜨는 날 묵는 게 좋다고 박 이사는 귀띔했다.
30명 정도 들어가 묵을 수 있는 약 230㎡(약 70평) 숙소 가격은 평일 30만원, 주말 35만원. 숙박비 명목이라지만 수목원 전체를 다 빌리는 것과 다름없다. 박 이사는 "'아이들 다 키우고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통나무집을 빌린 노부부도 있었지만 대부분 절친한 서너 가족이 팀을 꾸려 온다"고 했다. 5만원을 내면 숯과 그릴 등 바비큐 도구(음식은 따로 준비)를 준비해준다.
자유로-문발 나들목-광탄·금촌 방면 56번 국도-광탄삼거리에서 좌회전-방축삼거리에서 우회전-방축사거리 지나 벽초지 문화수목원. 주소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 166-1.
수목원 입장료는 어른 5000원·어린이 3000원(4월~10월은 어른 8000원·어린이 5000원). 통나무집에 묵으면 입장료 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