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아이슬란드, 곳곳에 `SOS`
by양이랑 기자
2008.10.15 09:45:10
노르웨이·덴마크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 공급받기로
러시아와 구제금융 협상 中..`정치적 의도` 논란
IMF, 지난주말 구제금융 논의
증시는 폭락..기업들 해외투자 발빼고 `현금 챙기기` 분주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아이슬란드가 곳곳에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듯 필사적이다.
북유럽 중앙은행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고, 러시아에 구제금융을 요청해 협상까지 벌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도 구제금융을 타진하는 등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서는 처음으로 러시아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과 관련, 러시아가 이번 기회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 시스템 붕괴로 위기에 처한 대형 은행들이 국유화되면서 증시는 폭락했다. 기업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투자를 철수하는 등 국가 경제의 `경고음`은 커지고 있다.
14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러시아와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북유럽에도 자금을 요청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13일 통화스왑을 통해 노르웨이와 덴마크 중앙은행으로부터 약 2억유로(2억732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또 아이슬란드 중앙은행 대표단은 14일 `자원 부국` 러시아를 방문, 40억유로(54억7000만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이는 러시아의 금 및 외환 보유고의 1%에 해당한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도 구제금융을 타진하고 있다. 한 IMF 관계자에 따르면 IMF 이사회는 지난 주말 아이슬란드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논의했다.
아이슬란드는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한 첫번째 나토 회원국이다. 이와 관련 국가 안보 위협을 우려해 나토가 국경을 넘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왔던 러시아가 정치적인 의도로 `적선`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인 아이슬란드를 지원하려는 배후에는 향후 추가적인 것을 얻어내려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이번 협상에서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싶어한다. 게이르 하르데 총리는 "이는 정치적인 거래가 아니다"라며 "러시아도 정치적인 구실을 갖다붙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정부관계자는 세부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구제금융 제공을 우호적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재무장관은 "만약 협상이 완료된다면 좀더 높은 수준에서의 협상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혀, 일회적인 구제금융 이상의 국가 관계를 지향하려는 의도를 무시할 수 없다.
14일 3일간의 거래 중단 후 개장한 아이슬란드 증시는 77% 하락, 역사적으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아이슬란드 증시의 기준 지수인 OMX 아이슬란드 15 지수는 77% 하락한 678.4를 기록하며 지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올해 들어서만 89% 급락,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는 88개 증시 중 `최악의 증시`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지수 폭락의 주요 원인은 국유화된 카우프싱, 란즈방키, 글리트니르 등 3대 은행을 비롯한 6개 금융주의 거래가 중단된 데 있다. 이 은행들의 지수 비중이 사실상 `0`에 가까워지면서 폭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3대 은행의 국유화 이전 기준 OMX 아이슬란드 15 지수에서의 시가총액 비중은 무려 76%에 해당한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아이슬란드 기업들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홍콩과 마카오의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최대 보험회사인 소바 알머나르 트라이긴가르는 마카오와 홍콩의 거주용 부동산을 팔았다. 아이슬란드 투자은행인 아스카르 캐피털도 보유중인 고급 주택을 팔고 있다.
이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가가 큰 위험에 직면하자 각 기업들이 현금을 챙겨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