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23.08.04 09:24:05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더운 날씨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가를 떠나는 가족이 늘었다. 여름휴가를 맞아 해수욕장이나 워터파크를 찾는 사람도 많은데, 이때 귀에 물이 자주 들어가게 되고 잘못된 관리로 인해 귀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많이 생긴다.
수영장이나 물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목욕 후 습관적으로 귀를 후비는 경우 잘 발생하는데, 이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 바로 ‘외이도염’이다. 외이도는 귓구멍에서 고막에 이르는 부위로 S자형으로 굽어 있는데, 평소 산성 분비물 등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가 물에 노출이 잦아지고 불순물이 묻어있는 면봉으로 귀를 자주 후비는 경우 상처가 나고 보호막에 균열이 생겨 균이 침투하는 것이다. 주로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데 고령이나 당뇨병 환자에서는 종종 곰팡이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외이도염의 주된 증상은 가려움증이다. 처음에는 가려움증과 함께 약간의 통증만 느껴지다가, 심해지면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룰 뿐만 아니라 입을 벌릴 때 통증 때문에 식사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가려운 증상과 함께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거나, 귀 주변을 압박 또는 귓바퀴를 잡아당길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염증이 심해지면 고름이 나오거나 귓구멍이 막히면서 심한 경우 청력이 감소할 수도 있다.
외이도염 치료를 위해서는 귀를 깨끗이 소독하고, 항생제와 진통제 등의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외이도 주변에 고름 주머니가 형성됐을 때는 이를 절개해 고름을 제거한다. 증상에 따라 귀에 넣는 점이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병이 너무 진행되어 외이도가 막혔을 때는 외이도에 심지를 넣고 점이 항생제를 넣어 붓기를 줄이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나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 외이도염이 진행하여 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주변 골조직과 두개저까지 염증을 일으키는 악성 외이도염이 되면 안면신경마비와 같은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항생제 다제내성균에 감염되면 수주간 항생제를 주사해도 결국 병이 심해져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하므로 외이도염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주의해야 한다.
최정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외이도 청소는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에 의해 조심스럽게 행해져야 한다”며, “습관적으로 귀를 후비거나 환자가 직접 손을 대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켜 귓구멍이 완전히 막히거나 고름 주머니가 형성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을 안전하게 닦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물이 들어간 귀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여 귓바퀴를 뒤로 당겨 휘어진 외이도를 펴고 가볍게 흔드는 것이다. 그래도 안 빠지면 가볍게 살짝 뛰어본다. 귓속에 남아 있는 소량의 물은 체온으로 자연 증발하여 없어진다. 그래도 신경 쓰인다면 소독된 면봉을 외이도 입구에 위치해 물을 흡수시켜본다. 이때 주변의 아이나 다른 사람이 손이나 머리를 건드려 깊게 넣게 되는 사고로 고막을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물이 빠지지 않았다면 드라이기의 찬 바람으로 귀에서 30cm 떨어뜨려 작동시켜 귓속 수분이 건조한 공기가 부는 바깥쪽으로 나가게 한다. 계속 귀에 물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들면 귀가 바닥을 향한 채 잔다. 이후에도 귀가 먹먹하다면 염증이나 귀지로 인해 물이 배출되지 않는 것일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물을 제거하고 진찰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돌발성 난청 등으로 청력이 떨어져 먹먹하게 된 것을 물이 들어간 것으로 오인하여 방치한다면 치료 시기를 놓쳐 영구 난청이 오는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정환 교수는 “귀에 물이 잘 들어간다면 샤워나 수영하기 전 귀마개를 착용하기를 권고한다”며, “다만 물이 이미 귀에 들어간 상태라면 귀마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