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으면 안된다?'…'윤석열표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격 살펴보니

by김정현 기자
2022.03.19 23:48:14

[돈이 보이는 창]윤석열표 청년 1억 목돈 만들기
소득 높아도 가입가능하지만…가구소득·재산기준 있어
가구 중위소득 넘으면 안돼…1인 194만원 2인 326만원
가구 재산 3.5억 아래…웬만한 집한채 있으면 가입X
소득 낮을수록 이득…중간에 연봉 오르면 혜택 줄어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제1호 청년공약 ‘청년도약계좌’를 이용하면 누구나 10년 뒤 1억원의 목돈을 챙기게 될까. 윤 당선인 공약의 얼개가 공개됐지만, 디테일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19~34세 청년 전부가 아니라 속한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을 밑돌고 재산이 3억5000만원 이하여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울 수 있어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근로 및 사업소득이 있는 19~34세 청년의 중장기 재산형성을 돕기 위한 청년도약계좌를 도입하기로 공약했다. 매달 70만원 한도 안에서 소득 구간에 따라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최대 월 40만원 장려금을 지원해 10년 만기가 됐을 때 1억원 목돈을 마련하는 구조다. 공약집은 금리를 연 복리 3.5%로 가정해 10년 납입하는 것을 가정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가입자격이다. 소득과 관계없이 나이만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는 듯하지만, 모든 청년이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소득은 △2400만원 이하와 △2400만~3600만원 △3600만~4800만원 △4800만원 초과로 나뉘어 소득이 있는 청년이 모두 포함돼 있지만 △가구소득과 △재산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공약을 설계한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자료에서 “연소득 2400만원 이하 구간은 2022년 시행되는 청년내일저축계좌의 가구소득 및 재산기준을 적용하고, 연소득 2400만원 이상 구간에도 이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현 정부가 구상한 저소득 청년복지형 계좌인데, 일단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100%를 밑돌아야 가입할 수 있다. 2022년 기준중위소득은 1인가구의 경우 월 194만5000원, 2인가구는 326만원이다. 3인가구는 419만5000원, 4인가구는 512만1000원이다.

이를 충족하더라도 더 큰 산이 남아 있다. 재산기준을 충족해야 해서다. 대도시에 거주한다면 가구의 재산이 3억5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가입할 수 있다. 웬만한 주택 한채만 보유해도 가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중소도시나 농어촌에 거주하는 경우 재산이 각각 2억원, 1억7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재산에는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잔액, 예금잔액 등 자산이 모두 포함된다.



함께 사는 부모가 소득이 많거나, 부부 중 고소득자가 있는 경우, 부모에게 증여받은 재산이 있거나 집을 마련한 경우, 근로소득을 많이 받다가 줄어든 경우에는 가입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인수위에서 정책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가입기준이 완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단 가입 문턱을 넘는다면 재산증식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단 매달 나오는 정부 장려금이 쏠쏠하다. 연소득 2400만원 이하의 경우 고정 정부기여가 20만원이다. 본인이 최대한도인 30만원을 모두 납입하면 저축비례 정부기여가 20만원 추가돼 총 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본인이 한도의 절반인 15만원을 납입했다면, 저축비례 정부기여 역시 한도 절반인 10만원만 추가돼, 정부에서 받는 금액은 총 30만원이 된다.

연소득 24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부터는 고정 정부 기여가 한 푼도 없다. 대신 본인 기여에 따른 ‘저축비례’ 정부기여 자금이 지급된다. 연소득 2400만~3600만원의 경우 본인이 월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저축비례 정부기여가 최대 20만원 제공된다. 월 25만원 납입하는 경우 정부기여도 10만원이라는 뜻이다. 3600만~4800만원의 경우 본인기여 한도 60만원, 저축비례 정부기여한도가 10만원이다.

연소득 4800만원을 초과할 때부터는 본인기여 한도 70만원, 정부기여는 없다. 대신 납입액 일부에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해 연말정산 때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 만기 10년동안 소득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우, 변경된 소득에 따른 혜택을 받게 된다.

10년이라는 긴 만기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도 있지만,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등 긴급상황에서는 모인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 △장기실직 △질병 등에 의한 장기휴직 △재해 등 경우에는 중도인출할 수 있다. 상황이 나아지면 재가입이 허용된다.

한편 청년도약계좌는 최근 290만명이 몰린 청년희망적금과 달리 은행을 통하지 않고 주민센터 등 정부조직을 통해 가입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년도약계좌에 모인 자금을 정부가 직접 사용할 것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청년도약계좌에 모인 자금을 청년고용 창출효과가 큰 기업에 집중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년 개인의 목돈마련을 도우면서 일차리도 창출하겠다는 큰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