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증시]잘 가 바둑이, 어서 와 페이코

by김무연 기자
2019.07.27 13:00:00

로우바둑이를 필두로 한 웹보드게임, NHN 전통효자
웹보드게임 규제와 회사 체질개선으로 매출비중 감소
페이코 등 핀테크, NHN의 새로운 먹거리

NHN 공식 CI(출처=NHN 공식홈페이지)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전투력 측정기’. 특정 인물 또는 개체의 강함을 상대적으로 보여주는 기준점을 뜻하는 인터넷 은어다. 주로 애니메이션 또는 게임 캐릭터들을 비교할 때 사용된다. 어느 정도 강함이 고정된 캐릭터를 기준으로 그보다 강하고 약하냐에 따라 다른 캐릭터들의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만화 드래곤볼의 프리더, 베르세르크의 조드 등이 있다.

한국 게임계에도 전투력 측정기로 이름 높은 게임이 있다. 한게임에서 서비스하는 ‘로우바둑이’가 그 주인공이다. 과거 블리자드의 기대작이었던 스타크래프트2의 PC방 점유율이 로우바둑이보다 처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스타크래프트2는 망한 게임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로우바둑이는 PC방 게임계의 전투력 측정기로서 위상이 확고해졌다. 지금까지도 신작게임이 PC방 점유율에서 로우바둑이를 넘지 못하면 속칭 ‘망겜’으로 불리고 있다.

게임 이름만 본다면 바둑 게임을 연상시킬 수 있지만 사실 바둑이는 룰을 변경한 변종 포커의 일종이다. 1999년부터 서비스된 이 게임은 주로 직장인이나 주부들이 소일거리로 즐겨하는 게임이라 유저 수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한게임 로우바둑이는 대내외적인 변수에도 PC방 점유율 15~2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회사의 주요한 캐쉬 카우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한게임 로우바둑이 배너(출처=한게임 공식홈페이지)
로우바둑이를 서비스하는 한게임은 1999년 초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설립한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종합 게임 포털 사이트다.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즈는 2004년 4월 이해진 의장이 이끄는 네이버에 합병됐고 이 때 네이버의 사명도 NHN으로 변경됐다. 2013년 NHN은 포털과 게임사업 부문이 각각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돼 재상장됐다. 한게임은 이 때 게임사업 부문은 NHN엔터테인먼트에서 관리하게 된다.



문제는 주가였다. 네이버(035420)는 재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탄 반면 NHN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상장 당일 장이 열리자마자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당시 정부가 포커, 고스톱 등 웹보드게임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익성 높은 웹보드게임 매출 전망이 부정적이었던 탓이다. 실제로 2014년 2월 △1인 1회 게임머니 사용한도 3만원 제한 △1일 10만원 손실 발생 시 24시간 접속 제한 △1개월 게임머니 구입한도 30만원 제한 등을 담은 시행령이 발표됐다.

당시 NHH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로우바둑이를 비롯한 웹보드 게임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자 9만원을 넘어섰던 회사 주가는 3달만에 7만원대로 추락했다. 2013년 521억원이던 회사의 영업이익도 이듬해 119억원으로 급감했다. 2016년 정부는 월 결제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1회 게임머니 사용한도를 또한 5만원으로 늘리는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한 탓에 회사의 주가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2017년 5만원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페이코 공식 CI(출처=페이코 공식홈페이지)
NHN엔터테이먼트도 웹보드 게임 의존에서 벗어나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2014년 KCP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핀테크 시장에 본격 진출한 NHN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선보였다. 또한 2015년 6월 네오위즈인터넷을 인수해 유료 음원 사이트 벅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9년 3월 NHN엔터테인먼트는 사명을 다시금 NHN(035420)으로 바꾸고 IT 기술기업으로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꾸준히 체질 개선을 추구한 끝에 2013년만해도 전체 매출의 65.6%를 차지하던 웹보드 게임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10%까지 감소했다. 또한 비게임 부문을 강화한 덕분에 2017년만 해도 절반 수준이었던 비게임 부문(결제, 콘텐츠, 커머스)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65.6%까지 늘어났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NHN이 라인, 닌텐도와 공동 제작한 ‘닥터 마리오 월드’의 부진으로 주가가 빠지는 양상을 보여줬다”면서 “회사의 주가 상승 동력은 게임이 아니라 페이코 등 핀테크 분야에 있는 만큼 NHN은 게임 회사라기보다는 종합 IT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