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0년]②부작용 논란에도 세계 각국 '돈 풀기'

by김경민 기자
2018.09.14 08:23:33

미국 대규모 양적완화로 금융위기 전으로 회복
유로존 위기 몰렸던 유럽도 돈풀기 나서
중국·일본 등 경기부양…중국, 세계경제2위 대국 부상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대마불사(大馬不死)인 줄 알았던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지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지형도는 지난 10년간 크게 바뀌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주요국들은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낮추고 채권을 대규모 사들이는 등 유례없는 돈 풀기에 나섰다. 덕분에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보였고, 미국은 지난 2분기 4.2%(연율 환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잿빛이 된 세계 경제의 회복은 쉽지 않았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할 정도로 미국은 경제 살리기에 돈을 퍼부었다. 이런 양적완화(QE) 정책에 대한 논란은 당시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지만, 어쨌거나 대규모 돈 풀기에 세계 경제도 차츰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고꾸라졌던 미국 경제는 완연한 봄날을 맞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4.2%를 기록했다. 2009년 10%대로 두자릿수를 찍었던 실업률은 최근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인 3%대로 뚝 떨어졌다. 지금의 실업률은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금융위기 직전보다도 오히려 좋은 상황이다. 소비자 심리지수 역시 1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양호한 지표 속에 미국 증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뉴욕증시는 지난달 22일 3453일 강세장이라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강세장은 일반적으로 이전 저점보다 20% 이상 오르고, 고점보다 20% 이상 떨어진 적 없는 상태를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월9일부터 시작된 강세장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들의 시가 총액은 18조달러(약 2경원) 넘게 급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증시는 323% 올랐다. 글로벌 증시 성적도 양호하다. 이 기간에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215% 올랐고, 홍콩 항셍지수와 스톡스 유럽 600지수도 15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술혁신을 발판으로 한 정보기술 기업들이 선전하며 주가 견인에 앞장섰다. 실제로 2009년 당시만 해도 대표적인 대장주는 엑슨모빌,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었지만, 지금 그 자리에는 애플, 아마존, 구글의 알파벳 등이 대신 꿰차고 있다. 시가총액 6위 기업인 페이스북은 2009년 3월에는 상장 기업도 아니었다. 페이스북(Facebook)과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알파벳의 자회사 구글(Google)의 영문 머리글자를 합쳐 ‘팡(FAANGs)’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불길은 전 세계로 번졌지만, 그중에서도 유럽의 충격이 컸다. 방만한 재정과 고질적인 부패에 시달렸던 그리스가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이는 유럽을 뿌리째 흔들며 위기로 몰아넣었다. 관광으로 먹고살던 그리스가 금융위기로 관광객이 줄면서 수입이 줄자 고스란히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2009년 하반기 정권교체에 성공한 사회당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당시 총리는 GDP 대비 재정비율 적자가 12.7%라고 밝혔다. 6%대라고 했던 전 정권의 발표를 뒤집은 것으로 유로존 회원국이 지켜야 하는 재정적자 기준 3%를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그리스는 2010년 5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10억유로를 지원받는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그리스 사태를 겨우 막은 유럽은 또 다른 ‘돼지들’(피그스·PIGGS)에 발목을 잡혔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은 대표적인 남유럽 재정 위기 국가들로 꼽히며 머리글자를 딴 ‘피그스’라는 오명을 달게 됐다. 혹독한 긴축과 구제금융에도 그리스 경제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는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거쳐 스페인을 강타했다. 여기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경제도 흔들렸다. 이 탓에 유럽 경제는 한동안 높은 실업률과 마이너스 성장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2012년 스페인에도 1000억유로 구제금융이 투입됐고, ECB는 투자 및 소비 촉진 등 경기 부양을 위해 2015년 3월부터 매달 800억 유로의 정부와 민간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에 들어갔다.



돈의 효과는 이번에도 나타났다. 지난 2016년부터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는 것.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1분기 대비 0.4% 상승했다고 밝혔다. 고용 성적도 양호하다. 유로존의 지난 7월 실업률은 8.2%로 지난 2008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는 세계 경제 시장을 뒤흔들었지만, 위기 속에서도 중국 중심의 신흥국들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성장 공룡’, ‘세계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성장은 놀라웠다. 1999년 세계 경제 7위였던 중국은 이탈리아, 영국을 차례로 제치며 4위로 올라섰고, 2007년에는 독일마저 넘어섰다. 이후 2010년 일본을 꺾고 명실상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중국 경제도 세계 금융위기의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7년 두자릿수였던 GDP 성장률은 2009년 6.4%로 뚝 떨어졌다. 그렇지만, 정부가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오히려 수출 점유율도 확대됐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계속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를 병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통화 완화 조치가 더 과감해졌다. 일본은행(BOJ)은 2007년 2월 0.50% 수준이던 정책금리를 2010년 10월 0%로 떨어뜨렸고, 2016년 1월에는 -0.10%까지 낮춰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