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대도 쑥쑥 커지네…오픈마켓 성인코너 '후끈'
by박성의 기자
2017.06.21 07:04:23
'망측한 것' 편견에 온라인으로 수요 이동
별다른 홍보없이 위메프 5월 매출 355%↑
업계 "인증 강화 등 가이드라인 마련"
| 어른을 위한 장난감을 파는 해외 온라인샵 ‘Japi Jane’ 광고. |
|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고객님이 주문하신 ‘XX 러브젤’은 오후 6시 도착 예정입니다.”
‘19금 딱지’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히든카드’로 부상했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 ‘은밀히’ 거래되던 콘돔과 섹스토이 등이, ‘클릭’ 한번으로 간편 거래가 가능한 온라인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성인용품 매출이 오름세를 타면서 11번가와 쿠팡 등 오픈마켓도 부랴부랴 판매 신장을 위한 프로모션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성(性)은 터부시되는 분야다. 이 탓에 성인용품을 당당히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용 기구인 바이브레이터나 러브젤 같은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어덜트샵은 여전히 ‘망측한 곳’이라는 편견에 가려있다. 최근 독일의 성인용품 기업 ‘베아테우제’와 ‘플레져랩’ 같은 신(新) 성인용품 매장이 길가에 들어섰지만, 아직 제3자 앞에 성욕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일까. 성인용품이 최근 온라인마켓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변 눈치 탓에 성인용품을 구매하지 못했던 이들이, ‘나만 아는 쇼핑’이 가능한 11번가와 G마켓, 위메프 등 오픈마켓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이에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판매자(셀러)들이 저렴한 가격의 성인용품을 온라인 장터에 내놓으면서 관련 매출이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에 따르면 콘돔, 젤, 기구 등으로 이뤄진 성인용품 카테고리의 경우. 올해 1월~6월14일까지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G마켓은 전년대비 관련용품 판매가 19% 늘었다. 위메프는 성장세가 더 가팔랐다. 올해 위메프의 전년대비 성인용품 판매 증감율은 △1월 -3.74% △2월 40.85% △3월 114.57% △4월 333.92% △5월 355.96% △6월(1~13일) 290.41%로 집계됐다.
위메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성인제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며 “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물품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활성화도 성인용품 매출을 늘리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성인용품이 향후 오픈마켓 판도를 뒤흔들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크다. 지난해 국내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성인용품이 온라인 ‘대세 상품’이 됐다. 중국 온라인매체 잔장즈자(站長之家)에 따르면 중국 최대 오픈마켓 알리바바 타오바오는 성인용품 관련 브랜드만 약 3600개, 관련 상품은 20만개 이상 판매하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은 직접적인 홍보활동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성인시장이 ‘셀프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픈마켓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 등을 앞세워 본격적인 ‘19금 마케팅’을 펼친다면 판매량이 더 신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11번가는 올해 ‘여름 바캉스 성인용품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성인용품 판매신장을 위해 △셀러 확대 △배송방법 변경 △관련 카테고리 세분화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오픈마켓의 경우 성인용품 판매에 열을 올릴 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마케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소셜커머스가 야한 사진이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를 앞세워 성인용품을 팔았다가, 청소년 유해성 논란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한 관계자는 “아직 국내 정서상 성인용품 판매가 ‘클린하지’ 못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관련 프로모션을 활성화하기 전에 성인 인증 등을 강화하고 판매이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