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세계로]⑫중국의 빵문화를 바꿨다
by이학선 기자
2012.04.12 10:20:00
파리바게뜨, 고급화 전략 성공..中 부유층 매장 찾아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2일자 22면에 게재됐습니다. |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내기업으로 흔히 삼성과 현대차, LG 등을 꼽는다. 이들이 반도체와 자동차, 휴대폰을 앞세워 한국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 알린 기업이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은 활약상을 보여주는 곳이 유통·식음료업체다. 길어야 20년, 짧게는 5년에 불과한 해외진출의 역사지만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이데일리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세계시장에 당당히 `글로벌 코리아`의 깃발을 꽂고 있는 유통·식음료업체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편집자]
[베이징=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베이징 왕징(望京)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화롄점. 평일 오전 10시를 전후한 시각이었지만 매장 안은 활기가 감돌았다. 계산대 앞엔 네댓명이 빵값을 치르려고 줄을 섰고 종업원들은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환잉꽝린, 빠리베이티엔(欢迎光临 巴黎贝甜, 환영합니다 파리바게뜨입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 ▲ 파리바게뜨는 중국에서 고급브랜드로 알려져있다. 케이크 가격이 웬만한 베이징 근로자 하루이틀치 일당에 해당하지만 고객들은 꾸준히 매장을 찾았다. 사진은 파리바게뜨 화롄점 내부 모습.(사진=파리바게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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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한쪽에선 제빵사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공간을 투명유리로 처리해 손님들이 밖에서도 빵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다른 한쪽에선 종업원들이 만들어진 빵을 진열대에 채우고 손님들이 머물다간 테이블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문상준 SPC 베이징톈진 법인장은 "직원교육부터 매장내 인테리어까지 세심한 신경을 썼다"며 "중국의 베이커리 문화를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얘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파리바게뜨는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로 통한다. 케이크 가격이 우리돈 3만~5만원으로 베이징에 거주하는 웬만한 근로자 하루 이틀치 일당에 맞먹지만 화롄점의 경우 하루 100개 정도가 팔릴 만큼 인기라고 했다. 커피에 스타벅스, 아이스크림에 하겐다스가 있다면 베이커리에는 파리바게뜨가 있다는 얘기가 빈말은 아닌 것으로 들렸다.
친구와 함께 화롄점을 찾은 쉬닝(徐宇·31)씨는 "친구 만나러 왔다가 잠깐 들렀다"며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매장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의 양광상동(阳光上东) 지역에서 골프숍을 운영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양광상동은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베이징의 신흥부촌으로, 파리바게뜨 고객이 웬만한 도시근로자의 소득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계층임을 짐작케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모 기업 주재원은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살 정도면 상당한 소비수준에 있는 계층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럼에도 손님들이 꾸준히 몰리는 것은 고급화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베이징과 톈진에 35개를 비롯해 중국에 총 8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일부 매장은 건물주가 2년간 임대료를 면제해주거나 인테리어 비용의 절반을 부담 하겠다는 조건으로 파리바게뜨 매장을 유치했다고 한다. 파리바게뜨가 들어오면 건물 전체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주변 아파트나 상가 분양이 더 잘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한다.
문 법인장은 "소비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중국은 엘도라도(황금의 나라)와 같은 곳"이라며 "높아진 인지도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점포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