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갤럽, 중국서 철수한다…"잇단 외국 컨설팅업체 단속 영향"
by방성훈 기자
2023.11.05 15:04:49
고객들에 사업 철수·이전 통보…1993년 진출후 30년만
中규제당국, 베인엔컴퍼니·민츠·캡비전 등 급습·조사
갤럽도 위기의식 느낀듯…본토 사무실 3곳 폐쇄키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여론조사 및 컨설팅 업체인 갤럽이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 중국 규제당국이 반간첩법(방첩법) 개정 이후 외국 컨설팅 업체를 주요 타깃으로 삼으면서 갤럽 역시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갤럽은 지난주 주요 의뢰인들에게 중국 내 사업을 중단하고,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멈추거나 해외로 이전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1993년 첫 중국 진출한 이후 30년 만에 완전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갤럽의 이번 결정은 중국의 방첩법 개정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방첩법에선 간첩 행위 적용 범위가 국가 기밀 및 정보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모든 기타 문건, 데이터, 물품’으로 확대됐다. 중국 규제당국은 이 법을 근거로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면서 베인앤컴퍼니, 민츠, 캡비전 등 외국 실사업체와 컨설팅 기업들을 급습, 사무실을 폐쇄하고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갤럽 역시 중국에 부정적인 여론조사, 통계 등을 발표해 오랜 기간 중국 당국의 불만을 샀던 만큼, 언제든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3월에도 갤럽이 중국을 호의적으로 보는 미국인 비율이 역대 최저인 15%로 감소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갤럽은 중국을 견제·고립시키고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FT는 “갤럽은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한 가장 최근의 외국 기업이 됐다”면서 “갤럽은 중국 본토 내 사무소 세 곳 모두 폐쇄할 예정이며, 현지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