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 '증권 사기' 혐의로 '테라' 권도형 고발

by박종화 기자
2023.02.17 09:23:27

SEC "테라폼 생태계, 금융 아닌 단순사기" 지적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 금융당국이 증권사기 혐의로 암호화폐 테라 USD(UST)·루나의 발행사 테라폼랩스와 창업자인 권도형 대표를 고발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사진=링크드인)


1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를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담보물 없이 알고리즘으로 수급을 조절해 가치를 고정하는 암호화폐)과 다른 암호화 자산 증권과 관련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증권사기를 기획한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발표문에서 “우리는 그들이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기 전 신뢰를 쌓기 위해 오해 소지가 있거나 잘못된 진술을 반복해 사기를 저질렀다고 단언한다”고 강조했다.

SEC는 테라폼이 UST를 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암호화폐라고 지속적으로 홍보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테라폼은 UST를 홍보하며 항상 1달러와 같은 가치를 갖는 암호화폐라는 점을 부각했다. 달러보다 가치가 낮아지면 루나를 발행해 UST를 사들이고, 높아지면 UST를 팔아 루나를 사들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테라폼은 또 두 화폐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보조적 담보로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를 매입했다.



아울러 UST를 예치하면 연(年) 이율 20%를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반면 예치금리는 연 12% 수준이어서 폰지사기(신규 투자자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는 다단계 사기 방식)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방식은 루나 가치가 급락하면서 사달이 났다. 루나로 UST 가치를 보장받지 못하리란 불안감이 퍼지면서 UST 가치까지 동반 폭락했다. 테라폼은 기축통화 격으로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쏟아부었지만 가격 방어에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루나와 UST는 암호화폐 거래소 대부분에서 상장폐지되면서 사실상 가치가 증발했다. SEC는 “2022년 5월 UST는 미국 달러화와 탈동조화됐고 UST와 자매 암호화폐(루나)가치는 제로(0)에 수렴하며 곤두박질쳤다”고 지적했다.

거버 그루왈 SEC 제재집행국장은 “테라폼 생태계는 금융도 아니었고 탈중앙화되지도 않았다. 소위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의해 뒷받침된 단순한 사기였다”며 “(UST와 루나) 가격은 어떤 코드도 아닌 피고에 의해 조정됐다”고 말했다.

테라폼과 권 대표가 실제 제재를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로 출국한 후 행적이 확실치 않다. 정보당국은 그가 세르비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