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장이 코로나19 발원지?…아파트주민 뿔났다

by강신우 기자
2020.10.07 08:00:19

단지 내 테니스장 ‘동호회 사유화’ 논란
코로나19로 ‘테니스장 OUT’ 운동 촉발
외부인 이용, 입주민들이 허가해야 가능
입주자 등 ‘절반’ 동의시 용도변경 쉬워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테니스장 OUT!’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장 입구에 ‘테니스장 OUT’ 문구가 적힌 전단지가 붙어있다.(사진=입주민 제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장 없애기’ 운동이 일고 있다. 테니스장을 없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나 주차장으로 바꾸는 자는 것인데 갑자기 왜 단체행동을 하고 나선 것일까.

주민의 화를 돋운 건 ‘긴급재난문자’ 한통이었다. 앞서 성남시청은 지난 9월11일~15일 서현동 A아파트 내 B테니스장 방문자(레슨, 동호회 활동)는 이른 시일 내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소식을 주민에게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B테니스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확진자가 해당 아파트 주민이 아닌 외부인으로 알려지면서 일명 ‘테니스장 OUT’ 운동이 시작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지역 ‘맘카페’에서는 “사유화한 테니스장 없애자” “주민 없는 단지 내 테니스장 왜 필요한가” 등의 글이 수두룩하다. 그동안 단지 내 테니스장이 대부분 동호회 회원들이 사전 예약해 이용하거나 유료교습 활동 등 사유화하면서 주민은 배제돼 온데다 확진자까지 나오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A아파트뿐만 아니다. 분당구 수내동의 B아파트에서도 테니스장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B아파트 관리주체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측과 외부 동호회가 마찰까지 빚었다.



B아파트 입대의 측은 “작년부터 테니스 동호회와 만나서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3월부터는 동호회를 잠정폐쇄하며 문을 잠갔지만 동호회에서 자물쇠를 끊고 들어가서 무단 사용하기도 했다”며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마찰이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성남수 분당구 수내동 B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테니스장 호소문’이 부착돼 있다.(사진=입주민 제보)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를 보면 외부인도 다른 단지 내 주민공동시설(테니스장)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관리주체인 아파트관리소의 이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리주체가 외부인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입대의 의결이나 입주자 등 10분의 1이상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1990년대 초부터 입주하기 시작한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에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장에 설치돼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500가구 이상 가구에는 경로당, 어린이놀이터, 어린이집,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테니스장 등 주민운동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세월이 흘러 차량 보유 세대가 급증(1995년 847만대→ 2019년7월 기준 2344만대),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 부족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앞서 1996년6월8일 이전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공동주택은 주차장으로 용도변경이 쉽도록 했다. 이를테면 테니스장(전체면적의 2분의1 범위 내)을 주차장으로 변경하려면 전체 입주자 등(소유자와 사용자)의 3분의2에서 2분의1로 완화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적용되고 있는 이 같은 특례를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2013년12월17일 이전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공동주택에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테니스장 등을 다른 용도시설로 변경하려면 현재는 1기 신도시 대부분의 아파트에선 세입자를 포함한 입주자 등 2분의1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며 “그러나 11월부터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13년12월17일 사업계획승인을 얻어 지은 아파트도 용도변경이 수월해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