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정치테마株]①탄핵~대선 `롤러코스터`…이젠 J노믹스

by이명철 기자
2017.05.13 08:36:08

불확실한 국내 정치권 따라 주식시장 테마주 롤러코스터 장세
박 전 대통령 대국민 사과 후 촉발…탄핵 후 대선까지 이어져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피해는 개미 몫…묻지마 투자 지양해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국정농단 사태가 터져나온 지난해 10월부터 장미 대선이 열린 올해 5월까지 ‘탄핵-조기대선 정국’은 주식시장에서도 중대한 이슈였다. 유력 대선후보가 등장하고 사라질 때마다 그와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식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실체가 없는 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투자자는 불나방처럼 대선 테마주에 빠졌고 금융당국은 특별 조사반까지 가동하며 투기 열풍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취임으로 이제 대선 테마주 열풍은 일단락됐지만 이제는 정부 정책에 기대는 정책 테마주가 바통을 이어받을지 관심을 모은다.

언론 보도를 통해 최순실이 국정농단 배후로 지목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3차례 대국민 사과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구속, 조기 대선까지 지난 반년간 국내 정국은 말 그대로 소용돌이쳤다. 국내 정치 상황을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가운데 미국에서는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등 글로벌 경제 또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그럴수록 주식시장 투자자는 ‘카더라 통신’에 매달렸고 각종 정치권 테마주를 양산했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 관련 테마주는 탄핵·대선 정국 내내 꾸준히 발굴됐다. 기존 대표 테마주로 알려진 우리들제약(004720) 우리들휴브레인(118000) 등 외에도 DSR(155660)과 DSR제강(069730) 등이 새로 테마주에 편입되기도 했다. 주로 노무현 정부 당시 관련 있던 인물들이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선 선거 유세 초반 문 대통령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안철수 후보 테마주 기세도 거셌다. 그가 창립하고 최대주주로 있는 안랩(053800)은 3월 한달간 주가가 무려 127%나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6만원 안팎이던 주가는 한때 15만원 가까이 급등했다. 홍준표 테마주인 세우글로벌(013000)과 두올산업(078590), 유승민 테마주 대신정보통신(020180) 삼일기업공사(002290) 등도 대선 기간 내내 관심을 모았다. 심상정 후보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 주목 받으면서 공무원 교육업체 윌비스(008600) 등이 연관되기도 했다.

대선 후보로 최종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탄핵 정국과 각 정당 경선 과정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정치인 관련 테마주도 득세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외교 입지와 ‘충청 대망론’이 퍼지며 연말연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인물이다. 자연스럽게 그와 연관된 테마주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충청 지역에 기반을 뒀거나 학연 등으로 엮인 씨씨에스 일야 한창 성문전자 등은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안희정 충남지사 테마주 SG충방(001380) 백금T&A(046310) 등도 충청 대망론에 힘입어 주가 상승세가 탄력 받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탄핵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데 이어 당내 경선에도 참여했고 테마주는 들썩였다. 무상급식주인 한국팩키지(037230) 푸드웰(005670) 신라에스지(025870), 무상교복주 아즈텍WB(032080) 형지엘리트(093240), 화폐개혁주 청호컴넷(012600) 한네트(052600) 등 이 시장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이 크게 올랐다. 이밖에 테마주가 엮였던 정치인으로는 김무성 전 한나라당 대표(전방(000950) 체시스(033250) 디지틀조선(033130) 등), 유시민 전 장관(보해양조(000890)) 등이 있었다.

실체 없이 기대감만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테마주 특성상 주가가 오를 때는 거침없이 오르다가도 해당 정치인에게 악재가 발생하거나 혹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폭락하는 상황이 빈번했다. 가장 대표 사례로는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따른 테마주 폭락 사태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반 전 총장은 대권 도전을 천명하고 정치판에 뛰어들었지만 몇 달 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대선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그와 연관된 테마주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고 ‘반기문 정부’를 꿈꾸며 투자에 ‘올인’했던 투자자는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이 대선을 포기하겠다고 밝히고 난 다음날인 2월2일 광림(014200) 한창(005110) 케이씨피드(025880) 씨씨에스(066790) 동양물산(002900) 와이비엠넷(057030) 성문전자(014910) 큐캐피탈(016600) 지엔코(065060) 등은 하한가를 기록했고 큐로홀딩스(051780) 부산주공(005030) 서원(021050) 제룡전기(033100) 휘닉스소재(050090) 프럼파스트(035200) 큐로컴(040350) 등은 10~20%대의 낙폭을 나타냈다. 이후로도 며칠간 반기문 테마주의 급락세는 이어졌다.

문제는 테마주 급락에 따른 손실 피해는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올초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주요 정치 테마주 16개 종목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97%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체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65%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테마주에 대한 ‘개미’들의 투자 열풍이 엄청난 수준이다. 테마주가 오를 때 차익을 얻겠지만 급락 시 결국 누군가는 상당한 손실을 떠안고 마는 것이다. 테마주로 엮인 이유도 대선후보의 학연(학교 동문)이나 지연(친인척 재직), 친인척 지분보유 등의 풍문·루머에 의해 주가가 단기간 오른 경우가 많다. 기업 본질가치 상승과 관계없기 때문에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규명할 수가 없고 시기도 알 수 없다. 단기간 시세를 조정하는 등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일부 세력의 활동도 발견됐다. 최근 금융당국 조사에서는 투자자가 사실을 호도해 차익을 거뒀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19대 대통령이 뽑히고 난 후 학연이나 지연에 얽혔던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는 잠잠해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결과가 끝나 테마주의 ‘유효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테마주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매수 행태가 더 이상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관련 수혜주에 반영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각되는 정책 관련주는 △4차산업 혁명주 △4대강 복원주 △남북경협주 등으로 구분된다. 4차산업은 증강현실(AI)·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이미 실생활에 한층 밀접하게 다가오면서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문 대통령또 경제 관련 공약을 통해 전기차,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산업로봇 등 4차산업을 정부가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차산업의 핵심이 정보기술(IT)인 만큼 올해 IT가 주도하는 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4대강 복원과 관련해서는 자연과환경(043910) 이화공영(001840) 등이 부각되며 최근 주가가 오름세다. 신원(009270) 좋은사람들(033340) 에머슨퍼시픽(025980) 등 남북경협주도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에 따른 예상에 대선 직후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 테마주 또한 실체 없이 위험한 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해당 정책이 본격 추진되지 않은 이상 상태여서 실적 개선세를 담보할 수 없고 4차산업 같은 테마를 이용해 주가 급등을 노리려는 세력 또한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과 재무제표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하지 않은 묻지마식 투자는 큰 투자손실 위험 또한 동반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