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튜닝산업 현주소]②완화한다던 튜닝 규제, '체감 규제'는 오히려 늘었다

by김형욱 기자
2016.09.14 07:30:00

규정 신설 탓 없던 규제·단속도 생겨나
소비자는 물론 업체·단속기관도 ''혼선''
"안전까지 챙겨야… "딜레마 빠진 정부

[이데일리 김형욱 신정은 기자] 대구의 모하비 차주 김씨는 최근 본인의 차량에 불법튜닝 단속 안내가 있어 깜짝 놀랐다. 지난 6월 튜닝숍에서 안전운행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장착한 주간주행등(DRL)이 화근이었다. 교통안전공단에 문의 결과 ‘DLR 장착은 괜찮지만 한국자동차튜닝협회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몰랐던 그는 결국 다시 돈을 들여 DRL을 떼야 했다.

대구의 모하비 차주 김씨의 차량이 주차 중 주간주행등(DRL) 튜닝으로 교통안전공단에 단속된 모습. 교통안전공단은 올 5월 DRL을 인증이 불필요한 경미한 튜닝 항목에 포함했으나 ‘한국자동차튜닝협회 인증’이란 전제가 붙어 있어 나머지는 단속 대상이다.
또 다른 중고 모하비 차주 이씨도 최근 자동차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30만원대 벌금을 물게 됐다. 중고로 산 차량에 달려 있던 장식용 LED등이 불법 튜닝이라는 이유였다. 벌금을 안 내자니 30만~40만원을 들여 다시 이를 떼야 하기에 그냥 벌금을 낸 후 계속 타기로 했다.

정부는 3년 전 자동차 튜닝을 활성화한다며 규제 완화에 나섰다. 그러나 체감 규제는 오히려 더 늘었다. 튜닝업체와 소비자의 불만도 오히려 커졌다.

체감 규제가 늘어난 이유는 규제 완화의 진행 속도는 늦는데 전에 없던 새 규정까지 생겨나면서 단속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차량 성능 개선을 위한 전자제어장치(ECU) 튜닝이다. 경찰은 최근 ECU 튜닝 차량과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공교롭게 튜닝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국토교통부가 경찰의 질의에 ‘불법일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게 발단이다. 국내에는 여태껏 ECU 튜닝 관련 법령이 없었다.

한 튜닝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앞에서는 규제 완화와 활성화를 외치면서 뒤에서는 단속을 강화하는 통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규제 완화와 정비 속도는 업계의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수십년 전 비포장도로가 많았을 때 만들어진 차량 최저지상고 120㎜ 이상 규정이 여전히 남아 있고 11인승을 9인승으로 개조하는 것도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차종 구분이 바뀐다는 이유로 불법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지난 7월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오토살롱’을 찾은 관람객들이 레이싱모델과 튜닝카를 촬영하고 있다.
인증 과정도 번거롭다. 자동차를 구조변경(튜닝)하려면 교통안전공단에 튜닝 내역을 신청·승인 후 정비소에 가서 구조변경하고, 이를 또 각 지역 검사장에서 검사한 후 다시 교통안전공단에 최종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합법 튜닝이라고 해도 소비자 개인이 일일이 절차를 밟기는 번거롭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튜닝인증제도 업체들을 괴롭히기는 마찬가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똑같은 브레이크 디스크라도 벨로스터, 쏘나타 같이 차종별로 따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협회만 배불리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더욱이 튜닝부품인증제 외에도 부품 자기인증제(자동차인증제 보완), 대체부품인증제 등이 속속 생겨나면서 같은 부품이라도 용도에 따라 여러 기관에 복수 인증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합법인지 소비자는 물론 업체마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M3·M4 구매 고객에게 고성능 튜닝 머플러를 무상 장착해줬으나 불법 튜닝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뒤늦게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달 6일 인천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인천시와 한국자동차튜너협회가 주최한 튜닝의 날 모터 페스티벌 현장에서 전시된 한 차량에 불법 튜닝을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해당 부분의 규제가 완화되길 요청하는 의미다. 오토인
튜닝 회사 대부분은 최근 3년 새 경영은 더 어려워졌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져 가고 있다.

B 브레이크 디스크 튜닝사 임원 박씨는 “3년 전과 지금 바뀐 건 없다. 오히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3년 전보다 매출이 4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부처끼리 이권 다툼 탓에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며 비판했다. “왜 국토부와 산업부가 협회를 따로 운영하는 지 모르겠다. 튜너협회란 것도 생기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한목소리도 못 낸다.”

C 카시트 튜닝사 대표 안씨도 “올 들어 매출이 20~3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K 튜닝 부품사 관계자는 “3년 전 초창기만 해도 기대가 컸는데 인증제도조차 제대로 활성화 안 되고 있다”며 “정부가 세금을 늘리기 위해 튜닝 산업을 수면 위로 올린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과거 튜닝은 남자들이 몰래 하는 사치라 대부분 현금거래였는데 요샌 부쩍 카드 비중이 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부도 2013년부터 자동차 튜닝 산업을 전략 육성키로 한 만큼 규제 완화에는 이전과 달리 의욕적인 태도다. 그러나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업계의 기대만큼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게 딜레마다.

국토부 교통물류실 관계자는 “우리도 네거티브 규제(명백한 불법만 규제하는 것) 방식을 적용해 명백한 불법을 빼면 최대한 허용하려 하고 있다”며 “문제는 안전”이라고 말했다. 건전한 자동차 튜닝 시장의 이면엔 운전자,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튜닝도 적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허용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조금씩이나마 튜닝 규제는 완화하고 있다. 국토부는 올 들어 브레이크 라이닝·휠과 창유리 등을 자기인증대상 품목에 포함했다.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도 올 5월 승인이 필요없는 튜닝 항목을 57개(튜닝협회 인증 기준)로 이전보다 10개 늘렸다.

국토부와 산하 한국자동차튜닝협회도 머플러나 별도 부착하는 방식의 ECU 튜닝 등 업계의 관심이 높은 튜닝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ECU도 제조사의 지적재산권 문제가 걸려 직접 튜닝이 어려운 등 수백여 튜닝 항목별로 다양한 쟁점이 있어 진행 속도는 생각보다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튜닝 규제 완화 논의가 나온 게 아직 3년이고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며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 6월 튜닝협회 인증을 받은 준비엘의 튜닝 소음기(머플러)를 장착한 기아 쏘렌토 차량 모습. 한국자동차튜닝협회 제공
자동차 개조(커스터마이징)전문회사 장커스텀이 올 7월 서울오토살롱에 전시한 고급 튜닝 차량 모습. 장커스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