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민정 기자
2013.04.28 16:09:08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정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 제한과 근로자 철수 조치에 대해 우리 측 근로자 전원 귀환이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하면서 개성공단이 존폐 기로에 섰다.
지난 10여년간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자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이 위기를 맞으면서 제2의 금강산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남북이 ‘완전 폐쇄’에 대한 언급은 애써 피하며 여지를 둔 만큼 당분간의 경색 국면이 지나면 정상화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8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가 근로자 귀환 조치를 결정한 지 하루만인 지난 27일 개성공단 체류 인원 176명 중 126명이 귀환했다. 나머지 50명이 29일 추가로 귀환하면 개성공단은 소수의 북측 관리 인원만 남아있는, 말 그대로 유령 공단이 된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 등 최악의 남북관계 속에서도 중단 없이 꾸준히 운영돼 왔다. 현재의 운영 중단이 장기화되고 자칫 폐쇄로 이어질 경우 남북 관계를 회복하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우리 측 123개 입주기업과 협력업체 등의 피해는 1조원대로 추산되지만 상황이 장기화 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근로자들의 봉급으로 매달 1000억원이라는 실익을 얻고 있다. 여기에 개성주민 20만~30만명이 개성공단 사업에 의존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감행하는 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 금강산 관광 사업처럼 우리 측 자산의 몰수와 압류 등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지난 2008년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된 이후 북측은 ‘남북 투자보장 합의서‘를 무시하고 남측 자산을 동결·몰수 조치했다. 이후 현대아산의 개발 독점권을 회수하고 자체적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중단 등으로 우리 측 누적피해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남측과 북측 모두 개성공단의 폐쇄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만큼 긴장이 완화되면 정상화의 여지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현지 인원의 식자재 문제 등 인도적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게 귀환 조치를 취했으며 대화를 통해 개성공단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어느 순간 급변하고 북측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역시 폐쇄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 여지를 두는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 27일 개성공단 사업을 총괄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을 내세워 정부의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 조치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도 공단 완전 폐쇄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당시 기자 문답에서 “개성공단지구 운명은 지금 경각에 이르렀다”면서 “괴뢰패당이 도발에 매달릴수록 개성공업 지구는 더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은듯 한 발언을 했다. 남측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현 상황까지 몰고 왔지만 폐쇄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북한은 개성공단의 폐쇄 조치를 유보한 채 당분간 남측의 대응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을 비난하며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를 강행한 만큼, 4월 말 연합훈련이 끝나면 실무회담을 재개해 공단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모두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남북이 당분간 기싸움 체제에 들어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 모두 개성공단과 관련해 끈을 놓지 않고 폐쇄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긴장이 완화되면 국제 정세 등 큰 흐름에서 대화 재개와 더불어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