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함은 잠깐… 하루 종일 홀가분하다
by조선일보 기자
2008.12.18 12:00:00
[조선일보 제공] 경남 통영시 욕지면 두미도(頭尾島). '욕지면'도 먼 듯한데 거기에 또 딸린 섬이라니 까마득한 느낌이다. 다행히 통영여객터미널에서 두미도로 바로 가는 배가 하루에 두 번 떠난다. 휴대폰이 잘 안 터진다는 두미도 북구 선착장에 배가 다가서자 전화기를 귀에 댄 강도평 이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휴대폰 잘 안 터진다더니, 통화하시나 봐요?" "전화가 안 되니까 이렇게 나와 있는 거지. 면사무소에서 이장한테 전화를 해도 받을 수가 없어. 다섯 번씩 걸어야 걸리고. 기지국이 산 너머 남구 쪽에 가까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집 안에서는 전파가 잘 안 잡혀서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맑은 날은 비교적 전화가 잘 되고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은 그나마도 잘 안 터진다는 불만이다. 날씨가 맑았던 12일, 방문한 민박집에선 휴대폰 전파가 잘 안 터졌지만 실외에서는 휴대폰 전파가 꽤 잡혔다. 전파가 약할 때 들어온 문자와 수신전화가 뒤늦게 들어오기도 했다. "좀 불편하지요? 그런데 요즘 서울 사람들은 멀고 휴대폰 잘 안 터진다고 부러 여길 찾아오데?"
| ▲ 육지에서 뚝 떨어진 작은 섬 두미도. 주민들이 운영하는 소박한 민박집에서 내다보이는 바다 풍경은 디지털 기기들로 얽혀 있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조선영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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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다른 섬들과 마찬가지로 두미도는 낚시꾼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바다가 넓고 잔잔한데 맑은 날이 많으니 고기가 많이 잡힌다. 볼락, 참돔, 감성돔이 많이 잡히는 걸로 유명하지만 낚시에 취미가 없다면 섬을 그대로 즐기고 천천히 걷고 바다를 구경하는 게 두미 북구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의 거의 전부다. 조금 심심할 수도 있지만 육지서 뚝 떨어져 '외딴 섬'에 와서 '디지털 독소(毒素)'를 천천히 녹여내는 느낌이 선명하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소박한 민박집에서 머무는 여유도 놓치기 아깝다. 두미리 217번지, 선착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해안의 집'은 바다를 향해 있어 창문 밖으로 바다 풍경이 내다 보인다. 주인 서세호씨가 올해 7월 처음 들여놨다는 컴퓨터가 거실에 있긴 하지만, 두 명 남짓 묵을 수 있는 민박용 방의 시설이라곤 침구와 벽에 걸린 대나무 옷걸이가 전부다. 지방 모텔에도 LCD 모니터 텔레비전, 초고속 인터넷, 컴퓨터가 설치된 곳이 많은 'IT 강국 대한민국'서 이런 소박한 방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반갑다. "남구와 북구 사이에 천황산이 있는데, 아니 거기에 등산로를 뚫겠대. 그럼 사람들 잔뜩 몰려올 거 아녀. 난 우리 마을이 지금처럼 조용했음 좋겠어. 등산로는 싫다 이거여!" 조용히 왔다 가는 여행객과 주민들이 빚는 섬 마을의 '정적'을 좋아하는 강 이장의 '일장연설'을 듣고 까치와 까마귀가 동의한다는 듯 '꽈악꽈악' 울었다.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오전 6시50분, 오후 1시40분 두미 북구로 가는 '바다랑' 호가 출발한다. 통영으로 나오는 배는 오전 8시, 오후 4시30분에 있다. 편도 약 8400원, 경유지에 따라 약 1시간20분~2시간3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