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자영 기자
2008.08.27 09:53:07
파크뷰 178㎡ 1년 8개월만에 4억원 이상 하락
일반아파트도 가격 약세 지속
"판교 일대 입주물량 많아 가격 약세 지속"
[이데일리 김자영기자] 2007년 초 분당신도시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 109㎡(33평)형을 장만했던 김성호씨(44)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당시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10억4000만원에 잡았을 때만 해도 남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가 막심하다. 집값이 9억5000만원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신도시 중 단연 돋보이는 집값 상승률을 보였던 분당신도시. 버블세븐으로 꼽히면서 서울 강남권과 맞먹는 집값을 유지했던 분당도 집값이 맥없이 추락하면서 2년 전 시세에 근접했다.
분당신도시는 2006년 버블세븐으로 지정될 당시 3.3㎡당 매매가는 1881만원이었다.
2007년 3월 3.3㎡당 매매가는 2075만원으로 사상 첫 2000만원을 돌파했으나 이후 줄곧 떨어져 현재는 1930만원선을 기록 중이다.
분당 집값 약세를 확연히 보여주는 곳이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촌(村)이다. 대박신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정자동 파크뷰 178㎡(53평)는 15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이 아파트는 2006년 가을에는 19억~20억원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정자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찾는 수요가 없어 거래는 거의 중단된 상태"라며 "거래가 없다보니 매물이 쌓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단지도 상황이 비슷하다. 두산위브더제니스 112㎡(34평)는 작년초 10억3000만원선이었지만 최근 8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미켈란쉐르빌 207㎡(62평)는 14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2월에는 18억~19억원의 시세가 형성됐었다.
일반아파트도 약세다. 수내역 바로 옆에 위치한 금호 105㎡(32평)는 작년 2월 7억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6억9000만원까지 내려앉았다. 서현동 시범한신 109㎡(33평)은 8억원까지 시세가 치솟았으나 현재는 6억~6억5000만원에 매매가 가능하다.
서현동 B공인 관계자는 "시세보다 5000만~7000만원 정도 싼 값에 매물을 내놓는 것은 기본이고 거래만 성사된다면 1000만~2000만원 더 깎아 줄 수 있다는 집주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분당 현지 중개업소는 신분당선을 비롯한 교통망 개선, 노후 단지 리모델링 추진을 들어 집값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소형아파트는 집값이 꾸준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양지마을 C 공인 관계자는 "중대형 거주자들은 판교나 잠실로 이주하겠지만 소형아파트는 분당 주변 회사 임직원 등 수요층이 탄탄하다"며 "가격 거품이 어느 정도 빠졌기 때문에 반등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집값이 회복될만한 호재가 없는데다 잠실·판교 등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다가오면서 기존 분당 집을 팔고 이사하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팀장은 "그동안 분당 집값 상승 배경에는 강남과의 연계성, 판교개발 등 호재 때문인데, 이는 가격에 반영된 상태"라며 "분당 집값 약세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식 부동산써브 팀장도 "용인과 판교를 포함한 분당 인근 경기 남부지역에 공급된 아파트만 3만가구"라며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새 집으로 수요가 몰려 인근 지역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