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26.02.05 05:00:02
은행권, 스테이블코인·커스터디로 결제 혁신 주도
자산 강점 살리는 증권사, 토큰·자산온체인화 선점
카드,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기반 일상경제망 구축
삼성금융과 네이버·카카오, 플랫폼 경쟁도 치열해져
[이데일리 이정훈 최훈길 기자] 작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국내 최대 플랫폼기업 네이버와 국내 1위 디지털자산 거래소 두나무가 한가족이 되는 ‘세기의 빅딜’로부터 촉발된 ‘웹3 금융’ 전쟁은 바야흐로 전통 금융권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도 “디지털 기반 금융으로 다시 한 번 혁신해야 할 때”임을 천명한 박현주 회장의 의지에 발맞춰 미래에셋그룹은 전통금융과 가상자산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 이른바 ‘금가분리’ 하에서도 증권업계 최초로 코인거래소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글로벌 디지털 월렛(전자지갑)을 개발 중이다.
“디지털금융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지금 참여자에 머물러선 안 되며 일하는 방식과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은행의 위기와 그 돌파구로서의 디지털 전환을 외친 함영주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도 다각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송금과 결제 인프라 확충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커스터디(수탁업무)를 주력 사업으로 삼아 결제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증권사들은 ‘한국판 로빈후드’를 꿈꾸며 토큰증권발행(STO)과 실물기반 토큰화자산(RWA)으로의 영토 확장을 노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자체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일상 결제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그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삼성금융그룹 등은 디지털 플랫폼 패권을 놓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종전에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커스터디 사업에 주력하던 은행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선점을 위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은행들이 컨소시엄 내 지분을 50%+1주 이상 보유하도록 하는 정부 방침이 수용될 것이 확실시되자 은행의 주도권이 중요해진 탓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이후에도 부실화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초기에 2~3곳 정도의 컨소시엄에만 발행 인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력 있는 파트너를 확보해 컨소시엄을 미리 구성하는 일이 더 시급해졌다.
가장 주목할 곳은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다. 그간 디지털 전략에 가장 적극적이면서 서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던 함영주 회장과 진옥동 회장이 의기 투합하면서 삼성그룹을 동맹군으로 끌어 들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한가족이 되는 네이버와 두나무, 최고 이동통신사업자 SK텔레콤까지 컨소시엄 내에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나금융은 이에 앞서 BNK금융, iM금융,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과도 손을 잡았던 만큼 컨소시엄 구성이 더 커질 여지도 있다.
또한 KB금융이 그동안 협력 관계를 맺어왔던 신세계·이마트, 토스를 비롯해 삼성카드와도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 외에도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우리금융과 NH금융도 컨소시엄 멤버를 적극 물색하고 있다. 아직까지 동맹을 확정 짓지 못한 롯데와 쿠팡, 카카오 등이 어느 진영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다른 한축에선 줄어드는 예금 대신에 기관투자가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커스터디사업도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야다. 기관 가상자산 투자나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향후 허용될 가능성이 높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등 모두가 커스터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향후 은행들이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게 되면 해당 사업을 통해 자산 풀을 확보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이미 2020년 해시드, 해치랩스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세워 시장에 진입한 이후 우리은행이 비댁스(BDACs)에 지분투자를 했고, 작년 하나은행도 글로벌 1위 커스터디업체 미국 비트고와 합작으로 비트고코리아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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