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종료 기대에 주가 상승…비만株, 소폭 조정[바이오 맥짚기]

by김진수 기자
2024.07.05 14:58:41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4일 제약바이오 종목 중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를 비롯해 옵투스제약(131030), 에이비온(203400)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 가족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관심을 받았다.

옵투스제약은 안구질환 치료제 위탁생산(CMO)에 대한 기대감, 에이비온은 주요 파이프라인이 미국 정부부처와 공동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각각 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디앤디파마텍(347850), 펩트론(087010), 인벤티지랩(389470) 등 비만치료제 관련 종목은 최근 시장을 휩쓸고 있는 비만치료제의 주요 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시력 상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다소 하락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 (사진=엠피닥터)
4일 KG제로인 엠피닥터(MP DOCTOR)에 따르면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장중 전일대비 13.80% 상승한 3만542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날 오후 주가 상승 폭이 줄어들면서 전일대비 6.58% 오른 3만3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주가 상승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의 키맨이자 임종윤 사내이사와 임종훈 대표이사 등 형제 측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측으로 돌아서면서 경영권 분쟁 종료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신 회장에게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신 회장이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하는 한미사이언스 추가 지분은 총 6.5%에 이른다. 주식 수는 444만4187주로 송 회장이 394만4187주(5.8%), 임 부회장이 50만주(0.7%)를 넘길 예정이다.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 따라 송 회장이 보유한 지분 11.93%와 임 부회장 10.43%, 일가친척 및 가현문화재단 5.02%, 임성기재단 3.07%에 더해 신 회장의 지분 12.43%까지 더하면 특별관계자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총 48.19%로 의결권 과반에 육박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임 사내이사와 임 대표이사에 대해 “주요 사항을 결정해야 할 때 상의를 안하다시피 했으며 경영상 문제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번 계약으로 모녀 측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고 그동안 한미약품그룹을 괴롭혀왔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 회장이 송 회장 및 임 부회장과 체결한 계약규모 및 금액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매매대금은 1644억원으로 주당 거래금액은 3만7000원이다. 신 회장이 체결한 금액은 3일 종가 3만1150원 보다 약 19% 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셈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향후 주가가 3만7000원 이상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재편하는 등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참여형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 경영을 지원하고 감독하며 회사 투명성을 보다 높여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한미의 위상을 다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옵투스제약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1.11% 오른 8200원을 기록했다. 장 중에는 일시적으로 20.46% 상승한 8890원까지 올랐다. 옵투스제약의 주가 상승은 글로벌 제약사 앨러간이 옵투스제약과 CMO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데일리는 지난달 27일 ‘[단독]옵투스제약, 앨러간 CMO 계약 유력...대규모 점안제 공장 증설 배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옵투스제약은 860억원 규모의 공장시설 투자를 통해 일회용 점안제 생산 능력을 77% 늘린다는 방침인데 제약업계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투자는 앨러간이 노안성질환 점안제 위탁생산을 맡기기로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사 보도 당일 옵투스제약은 “앨러간으로부터 CMO 수주를 확약받고 제2공장을 신설한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규 라이선스인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앨러간과의 CMO 계약을 위한 논의는 진행하고 있지 않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옵투스제약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7일 주가는 18.59% 올랐고 이후에도 소폭의 등락을 반복했다. 그리고 이날 다시 한 번 10% 이상의 상승을 보인 것이다.

옵투스제약 관계자는 “지난번 발표한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며 “주가 상승과 관련해 특별하게 언급할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에이비온은 미국 정부부처와 호흡기바이러스 치료제 ABN101의 공동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다. ABN101은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Broad-spectrum antiviral drug)로 개발 중인 에이비온의 파이프라인이다.

ABN101은 차세대 인터페론 베타로서 기존 자연형 인터페론 베타의 물질 안정성을 개선하고 생산수율을 500배 이상 높였다. 이에 경제적인 비용으로 다양한 제형의 연구 및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운송·보관·투약이 유리한 건조 분말 제형으로, 생물학적 활성이 자연형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에이비온은 미국 정부부처와의 공동개발을 위해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테크워치 포럼(Tech Watch Forum)에도 참석해 ABN101의 생체 내 호흡기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능에 대해 발표했다. 테크워치 포럼은 미국 국방위협감소국(DTRA)과 합동과학기술실(JSTO)이 주관하는 행사로 산업계, 학계뿐 아니라 미국 연방 정부부처 간의 협력 촉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최근 미국 소재 한 전문평가기관에 따르면 ABN101의 파이프라인 가치는 7000억원 수준”이라며 “다양한 바이러스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비만치료제 관련 종목으로 분류된 디앤디파마텍, 펩트론, 인벤티지랩의 주가는 다소 하락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날 전일 종가 3만1500원 대비 9.37% 하락한 2만85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펩트론은 장 중 5.88%까지 하락했지만 종가는 1.24% 줄어든 6만3800원을 기록했다. 인벤티지랩 역시 오전 중 9.19%가 빠지면서 주가가 1만4520원까지 떨어졌으나 조금씩 회복해 3.25% 하락한 1만5470으로 마감했다.

비만치료제 종목 하락은 해외에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주사제 사용시 실명과 같은 안구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환자 약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희귀 안질환인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위험과 세마글루타이드 복용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NAION 위험이 4.28배 그리고 비만 및 과체중 환자의 경우에는 7.6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앤디파마텍은 총 10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GLP-1 비만치료제는 DD02S와 DD03이 있다. 펩트론은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파이프라인 PT403를 보유 중이다.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및 양산 제조에 특화된 ‘IVL-DrugFluidic’ 기술을 바탕으로 세마글루타이드 1개월 지속형 주사제 개량 신약 ‘IVL3021’을 개발 중에 있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세마글루타이드 관련 부작용 이슈로 인해 비만치료제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27일부터 상승세를 이어왔던 만큼 약간의 조정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