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핵 위협…미·프 "자국민 러시아서 당장 떠나라"(종합)

by김정남 기자
2022.02.28 09:10:06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긴급 안전 공지
"상업 항공편 통해 즉시 떠날 것 고려해야"
프랑스 정부 "즉각 나오라"…유럽서 처음
러시아도 "유럽 체류 자국민 귀국 돕는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자국 시민들을 향해 “즉시 떠나라”고 권고했다. 유럽 국가 중에는 프랑스가 처음 출국 대열에 나섰다. 러시아의 핵 위협이 현실로 나타나는 와중이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기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AFP 제공)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27일(현지시간) 웹사이트 긴급 공지문을 통해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을 취소하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며 “미국 시민들은 아직 이용 가능한 민간 항공편을 통해 러시아에서 즉시 떠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를 오가는 하늘길이 급격하게 막히고 있는 만큼 빠져나올 수 있을 때 빨리 나오라는 것이다.

주러 미국 대사관은 “수많은 나라들은 러시아 항공사들이 자신들의 영공에 진입하는 것을 폐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무부가 러시아에 대한 여행 경보를 ‘여행 금지(4단계)’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알렸다. 미국 시민에 대한 국무부의 여행 경보는 총 4단계로 나뉜다. △일반적 사전주의(1단계) △강화된 주의(2단계) △여행 재고(3단계) △여행 금지(4단계) 등이다.

주러 미국 대사관의 이날 공지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탓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 임무 돌입까지 지시한 상태다. 핵 위협까지 거론됨에 따라 미국 시민들의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러시아에 EU 하늘길 전체를 차단할 것”이라고 알렸다. 러시아가 소유하고 등록한 모든 항공사의 항공기는 더이상 EU 영토에서 이착륙하거나 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 EU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발표한 조치를 EU 차원으로 확대했다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미국 델타항공은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와 공동 운항 협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주러 미국 대사관은 “관광객과 서양인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라”며 “러시아 비자가 붙어 있는 미국 여권을 포함한 적절한 신분증을 소지해 달라”고 했다. 또 “(민간 항공편으로 떠나는 등) 미국 정부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는 비상 보안 계획을 (미리) 세워 달라”고 했다.

미국뿐만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러시아에 단기 체류하는 프랑스 시민들은 아직 운영되는 민간 항공편을 이용해 즉각 철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럽 국가들 중 자국민 러시아 철수를 정부 차원에서 권고한 건 프랑스가 처음이다.

러시아 정부 역시 같은 이유로 해외에 사는 자국민의 철수에 발벗고 나섰다. 러시아 정부는 외교부와 항공청, 관광청을 중심으로 유럽에 체류하는 러시아 시민들의 귀국을 돕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