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출 3위,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 속으로[블록버스터 톺아보기]
by김진호 기자
2022.01.01 13:03:45
면역세포 비정상 증식으로 고통 유발하는 다발성 골수종
2006년 FDA 승인받은 BMS의 ‘레블리미드’
임산부서 기형아 문제 일으킨 탈리도마이드 유사체로 출발
성장인자 억제하는 방식으로 면역세포 증식 제어
2017년 특허만료 후 제네릭 경쟁치열, 국내 종근당 ‘레날로마’가 선전 중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자신이나 가족의 질환 또는 투자 등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전 세계 블록버스터 약물을 2020년 기준 매출이 높은 순으로 소개한다. 약의 탄생과정부터 그 특징, 비슷한 계열의 경쟁 약물까지 두루 살펴본다.
이번에는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121억5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4조3370억원)로 전체 3위를 기록한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퀍(BMS)의 다발성 골수종 및 골수이형성증후군 치료제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블리도마이드)’다. 레블리미드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세엘진(Celgene)은 2006년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2019년 BMS가 세엘진을 합병하면서 레블리미드 를 확보한 상태다. 2020년 매출액 2위였던 머크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마찬가지로 3세대 면역항암제 기술로 탄생했다.<적응증 확대의 대명사,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퀍(BMS)의 다발성 골수종 및 골수 이형성 증후군 치료제 ‘레블리미드’.(제공=B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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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 골수종은 골수(뼈)에서 분화돼 증식하는 플라스마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뼈가 깎여나가는 통증을 유발하는 혈액암 중 하나다. 플라스마 B세포는 항체를 만들고, T세포 등의 성장에도 관여하는 면역세포다. 또 골수이형성증후군은 골수를 구성하는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이 우리 몸의 필요량과 달리 비효율적으로 생성돼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레블리미드는 다발성 골수종과 골수이형성 증후군 등의 환자에게 경구용으로 투여한다. 흔히 코르트코스테로이드계 항염증제인 ‘덱사메타손’과 함께 병용요법으로 쓰이는데 이 약물의 성분인 레블리도마이드가 수십 년 전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던 탈리도마이드의 유사체이기 때문에 임산부에게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1950년대 후반 입덧증상완화제로 판매됐던 탈리도마이드는 R-탈리도마이드와 S-탈리도마이드라는 두 가지 비대칭적인 화학적 구조를 갖는다. R-탈리도마이드는 입덧 효과 완화 효과가 있지만, S-탈리도마이드는 세포분화를 억제해 초기 임산부가 먹으면 팔다리 발달에 문제를 일으켰다. 흔히 화학계에서 거울상 이성질체라 부르는 물질의 성질이다. 당시 이 두 가지 구조를 분리하지 않고 섞인 상태로 제조한 탈리도마이드가 판매됐고 결국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 명 이상의 아이에서 팔다리 기형 문제가 나타났다.
이런 탈리도마이드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레블리미드는 탈리도마이드계열의 화합물이 결합한다고 알려진 단백질인 ‘세레블론(cereblon)’의 신호전달 체계에 작용한다. 세레블론은 세포 내에서 불필요한 단백질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유비퀴틴 E3 연결효소 복합체(E3 복합체)’의 한 구성요소다.
레블리미드가 E3 복합체에 작용해 플라스마 B세포 등 각종 면역세포의 성장인자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었다는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항혈관 및 항파골세포 형성 등 생체 내에서 아직 완벽하게 알려지지 않은 작용 기전을 추가로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BMS측은 추가 작용과정을 밝혀 레블리미드의 부작용을 줄이고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여러 연구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BMS는 2009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레블리미드의 승인을 받아, 매해 200~300억가량의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2017년 10월 특허가 만료된 이후 국내외에서 다양한 제네릭(복제약)이 꾸준히 개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는 종근당(185750)의 ‘레날로마’, 광동제약(009290)의 ‘레날도’, 삼양바이오팜의 ‘레날리드’가 출시된 상태다. 특히 종근당의 레날로마는 2020년 3분기부터 분기당 매출액이 10억을 넘어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