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제2의 반도체' 이차전지 '군침'

by강경래 기자
2021.04.21 08:43:07

탑엔지니어링, 이차전지 소재 '동박' 제조 장비 출시
신성이엔지 드라이룸 제습기·에스에프에이 검사장비
공통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에 주력해온 업체들
모바일 이어 전기차 채용 활발한 이차전지 '신성장동력'

에스에프에이 직원들이 이차전지 3차원 검사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제공=에스에프에이)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탑엔지니어링(065130)은 ‘롤투롤’(Roll To Roll) 장비를 최근 출시한 뒤 업계 공급에 나섰다. 롤투롤 장비는 필름 등 얇은 소재를 회전 롤에 감은 뒤 특수물질을 입히고 건조, 압축, 절단하는 등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이차전지에 필수로 쓰이는 핵심 소재인 동박 생산에 적용된다.

탑엔지니어링은 그동안 액정분사장비(디스펜서)와 절단장비(스크라이버) 등 디스플레이 장비에 주력해왔다. 이어 수년 전 이차전지 조립·검사 장비를 상용화한 뒤 국내외 유수 이차전지 업체들에 납품 중이다. 탑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롤투롤 장비를 포함해 이차전지 장비 제품군 라인업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기업들 사이에서 최근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이차전지 장비 분야에 진출하거나 관련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에 주로 쓰여온 이차전지가 최근 전기자동차 에너지원으로 활발히 채용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성이엔지(011930)는 반도체 클린룸에 이어 이차전지 드라이룸 장비 사업 강화에 나섰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청정공간인 클린룸에서 산업용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FFU’(팬 필터 유닛)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이어간다. 이어 반도체 클린룸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드라이룸 장비 분야에 진출했다.

실제로 신성이엔지는 이차전지 제조공간 내 습도를 조절하고 건조하게 유지해주는 드라이룸 제습기 등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비엠, 일진머티리얼즈 등 이차전지 및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에 납품한 실적이 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올해는 반도체와 함께 이차전지 투자가 동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클린룸과 함께 드라이룸 장비 공급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에프에이(056190) 역시 이차전지 장비 분야에 최근 진출했다. 에스에프에이는 디스플레이 기판을 이송하고 분류, 저장하는 공정자동화장비와 물류시스템 분야에서 강세를 보인다. 이어 이차전지 인라인 3차원 검사장비에서도 최근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장비는 이차전지를 회전하며 촬영한 영상을 모아 3차원 입체영상으로 구현한 뒤 검사하는 장비다.

에스에프에이는 공정자동화장비 등에서 확보한 기술력에 △고정밀 △고속스캔 △알고리즘 기술 △머신비전 검사기술 등을 더해 이차전지 불량 여부를 1분 내로 판정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었다. 에스에프에이 관계자는 “그동안 배터리 폭발 사고로 인해 이차전지 내부에 대한 검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장비는 이러한 업계 요구를 반영한 제품으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며 “모바일뿐 아니라 전기자동차 이차전지 제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올해 관련 매출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인베니아(079950)는 최근 사업목적에 이차전지 장비를 추가했다. 인베니아는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핵심 장비인 건식 식각장비(드라이에처)를 LG디스플레이(034220)와 중국 BOE 등에 납품한다. 인베니아 관계자는 “이차전지 장비 사업은 현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정관을 변경했다”며 “이차전지 분리막 검사장비 등에 대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이차전지 장비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이차전지가 전기자동차 에너지원으로 활발히 채택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배터리(이차전지) 시장 규모가 올해 64조원에서 오는 2025년 186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럴 경우, 관련 시장은 5년 새 무려 3배나 증가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이차전지 분쟁을 마무리한 뒤 미국 등지에 조단위 투자에 나섰다”며 “앞으로도 이차전지 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외 이차전지 업체들이 투자에 활발히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차전지 장비 분야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전경 (제공=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