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를 추락…경계령 내려진 바이오株
by박태진 기자
2019.06.30 11:33:41
인보사 허가 취소 이어 에이치엘비 임상 결과 실망
에이치엘비 이틀연속 하한가…신약개발사 주가 주르륵
“수급 불안 지속… 보수적 접근 필요할 때”
[이데일리 박태진 김대웅 기자] 바이오주(株)들이 심상찮다. 차세대 먹거리로 불릴 정도로 촉망받는 산업군이었지만, 최근 코오롱티슈진(950160)의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인가 취소 악재에 이어 에이치엘비(028300)가 개발 중인 치료제에 대한 실망스러운 임상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뚜렷한 모멘텀도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전문가들이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주의보를 내릴 정도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8일 에이치엘비(028300)는 전일에 이어 이틀째 하한가를 기록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26일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위암 글로벌 임상 3상에서 1차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의 자회사 LSK바이오파마가 개발중인 이 치료제는 임상 3상을 마무리한 뒤 연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에이치엘비 측은 리보세라닙의 위암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의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에 대해 위암 3차 치료제로 이미 허가된 옵디보의 5.26개월, 론서프의 5.7개월과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2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경쟁약물 대비 유의미한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OS에 대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위암 2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과에서 리보세라닙의 전체생존기간(OS)이 5.8개월 정도인 걸로 파악됐지만, 이미 중국에서 시판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OS(6.4개월)보다 내려간 상황”이라며 “또 현재 위암 2차 치료제는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 병용이며 OS는 9.6개월인데, 리보세라닙이 목표인 2차 치료제로 파클리탁셀과 병용을 하려면 OS가 9.6개월 이상이 돼야 하는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29일 홈페이지에 올린 주주호소문에서 “이번 임상이 당초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FDA 허가 신청이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신약개발과정에서 임상이 의도한 목표를 도달하지 못하는 사례는 자주 있으며, 약의 효능에 대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라보세라닙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불똥은 다른 바이오업체들에도 튀었다. 에이치엘비와 같이 항암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업체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신약 개발업체 중 에이치엘비가 임상 3상에 대한 결과발표의 스타트를 끊는 회사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8일 헬릭스미스(084990)는 전일대비 11.08% 하락한 16만8600원에, 제넥신(095700)은 9.13% 내린 5만67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신라젠(215600)도 5.54% 하락했다. 특히 임상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루머에 휩싸인 메지온(140410)은 이날 기업설명회를 열며 진화에 나섰지만 23.82% 급락했다.
또 △인트로메딕(150840)(-10.55%) △앱클론(174900)(-10.02%)△레고켐바이오(141080)(-8.84%) △압타바이오(293780)(-7.31%) △인스코비(006490)(-4.73%) △코아스템(166480)(-3.82%) △강스템바이오텍(217730)(-3.53%)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항암제를 만드는 그룹, 임상 3상에 와 있는 그룹들의 주가가 급락했는데, 반대로 말하면 에이치엘비 임상 결과가 좋았다면 두 그룹에 속한 기업들이 수혜를 받았을 것”이라며 “다만 파이프라인(주력제품군)이 다양하거나 임상 초기 단계에 있는 회사들, 다른 사업구조를 가진 회사들은 낙폭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이프라인이 다양한 신라젠의 경우 다른 임상 3상 진행 업체들보다 주가는 상대적으로 덜 빠졌다는 평가다. 정통제약사인 한미약품(128940)과 대웅제약은 1%대 하락했고, 유한양행(000100)은 2%대 상승했다. 또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은 각각 1.59%, 0.74% 올랐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만큼 당분간 주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석원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회사들은 수익원이 없지만 기술을 인정받아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을 받아왔다”며 “하지만 에이치엘비 임상 3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비슷한 단계에 있는 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 바이오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는 안 좋을 것”이라며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파이프라인들이 실제로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에게 기술이전이 되는 등의 이벤트가 있지 않고서는 주가 반등은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투자자들도 바이오주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판단이다. 순수 바이오업체보다는 매출이 잡히는 제약사들 위주로 접근하는 게 낫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임상 3상에 있는 기업들의 주가 하락 리스크가 부각됐고, 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확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임상 결과 발표 전에 매도를 하는 방향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3분기까지는 바이오주 매수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주의 반등 기회는 있다고 보고 있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3분기 중 간암치료제 펙사벡의 무용성평가(치료제로서의 가치 및 임상지속여부 판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헬릭스미스도 9~10월 중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반면 호재가 있는 기업들과 주주들과 소통하는 업체들은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은 바이오주의 수급 문제는 계속 이슈가 되겠지만 올 하반기에는 굵직굵직한 회사들의 IPO가 예정돼 있고, 한미약품 등은 내년 상반기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며 “바이오주는 실적에 따라 움직이지 않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이 올 4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매출이 증가하는 업체들은 주가 측면에서 선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 부분이 중요시되고 있다”면서 “예정된 일정대로 임상이 진행되거나 일정이 연기된다면 왜 그런지 정확한 사유를 설명하는 등 주주와 소통을 잘하는 업체들이 시장에서 안정적인 회사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주에 대한 성숙한 투자문화가 요구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진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기술력이 과거보다 발전해 FDA 임상 3상이라는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투자자들도 언제 뭐가 나올지에 베팅하기보다는 미국시장 투자자처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미국임상암연구학회(AACR) 등의 데이터 해석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